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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단순 변심도 학원비 환불해 주는 법조항 합헌"

입력
2024.09.03 11:01
수정
2024.09.03 11: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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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법 시행 후 첫 헌재 판단

이종석(가운데)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9일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뉴스1

이종석(가운데)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달 29일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뉴스1

부득이한 사유 없이 그냥 다니기 싫어서(단순 변심) 학원을 그만두더라도, 교습비를 환불해주도록 한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학원법 18조 1항 중 '학원 설립·운영자는 학습자가 수강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 학습자로부터 받은 교습비 등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지난달 29일 재판관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했다. 1999년 학습자의 환불 사유가 추가된 후 이 조항에 대한 헌재의 첫 결정 사례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던 A씨는 2018년 12월 B씨가 운영하던 학원에서 1년 치 강의비를 결제했다. A씨가 한 달 후인 이듬해 1월 수강료 환불을 요청했으나, B씨는 거절했다. 결국 A씨는 B씨에게 재판을 걸어 수강료 일부를 반환받았고, 해당 학원법 조항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B씨는 재판 과정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기각)을 거쳐 헌법소원을 냈다. B씨는 "법에 나오는 '수강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의 의미가 불분명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고, 학습자의 일방적 변심에도 교습비 반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헌재는 B씨 주장을 물리쳤다. 조항이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선 "입법 경위 및 입법 취지, 학원법 관련 조항, (장기간의 교습비를 일시불 선불하도록 할 가능성이 있는) 교습계약의 특성 등을 종합하면 불가피한 사유만이 아니라 단순 변심을 포함해 학습자의 사유로 수강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임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단순 변심'이 법에 직접 명시돼 있지 않아도, 해당 사유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명확하다는 취지다.

계약의 자유 침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습계약은 '장기간 교습비 선불 결제' 등에 따른 분쟁 발생 소지가 커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계약 당사자들이 반환 여부 및 반환금액을 자유롭게 정하도록 하면, 학원 운영자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놓인 학습자에게 계약해지로 인한 위험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학원법 시행령에 반환의 사유와 금액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면서, 교습과 교습비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해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고 덧붙였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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