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원, '한국 보치아 10연패' 새 역사 썼다..."부담감에 시달렸지만 금메달 따 후련해"

정호원(가운데)이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보치아 남자 개인전(BC3 등급) 결승에서 승리한 뒤 코칭스태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보치아 간판 정호원(38·강원특별자치도장애인체육회)이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한국 보치아 10연패'를 달성하며 새 역사를 썼다.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부터 이번 대회까지 단 한 번도 메달을 놓쳐본 적 없는 정호원은 "후련하다"며 비로소 활짝 웃었다.

정호원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보치아 남자 개인전(BC3 등급) 결승에서 호주의 대니얼 미셸을 4엔드 합산 점수 5-2(3-0 1-0 0-2 1-0)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한국 보치아는 패럴림픽 10회 연속 금메달 획득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정호원은 경기가 끝난 후 "그동안 표현하지 않았지만 매우 큰 부담감에 시달렸다"며 "정말 힘들었는데, 금메달을 따 마음이 후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이후 개인전 금메달이 없었는데 이번에 다시 획득해 기분이 좋다. 지금이 가장 전성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보치아는 뇌성마비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스포츠로, 가로 6ｍ, 세로 12.5ｍ 크기의 경기장에서 각각 6개의 빨간색 공과 파란색 공을 표적구에 던져 승부를 가른다. 각 엔드 종료 시점에서 상대보다 가깝게 던진 공 개수대로 1점씩 얻는 방식이다. 개인전과 페어 경기는 4엔드, 단체전 경기는 6엔드 점수를 합산해 승부를 낸다. 1984 뉴욕-스토크맨더빌 패럴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한국은 1988 서울 대회 때부터 금메달을 수확하고 있다.

정호원이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보치아 남자 개인전(BC3 등급) 결승에서 승리하자 코칭스태프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정호원은 2008 베이징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참가해 매 순간 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 대회 당시 금메달(페어·2인조)과 동메달(개인전)을 획득했고, 2012 런던 대회에서 은메달(개인전), 2016 리우 대회에서 금메달(개인전), 은메달(페어), 2020 도쿄 대회에선 금메달(페어)을 거머쥐었다. 이번 금메달까지 더해 패럴림픽에서 총 8개(금 5·은 2·동 1)의 메달을 따내는 대업도 달성했다.

어린 시절 낙상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입은 정호원은 중학교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보치아를 시작했다. 그는 2022 부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 우승 이후 세계적인 선수로 이름을 알렸다.

정호원은 위기의 순간마다 한국 보치아를 구해냈지만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렸다. 2016 리우 대회 당시 세계랭킹 2위 김한수와 2012 런던 대회 금메달리스트 최혜진이 각각 남녀 개인전 결승 진출에 실패, 정호원 홀로 금메달에 도전했다. 결국 부담감 때문에 결승전 전날 심한 열병을 앓았고, 해열제를 맞고 출전해 힘겹게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도 고비였다. 정호원과 함께 정성준(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 정소영(충청남도장애인보치아연맹)이 모두 개인전 결승에 진출했으나, 둘은 모두 은메달에 머물러 정호원의 어깨가 무거웠다. 정호원은 "(보치아는) 겉보기엔 단순한 경기 같지만, 실제로는 생각도 많이 해야 하고, 힘 조절과 집중력 등 고도의 세밀한 조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호원(왼쪽)과 김승겸 경기 파트너 겸 보치아 대표팀 코치가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1에서 열린 보치아 남자 개인전(BC3 등급)에서 우승 후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정호원은 3일부터 페어 종목에서 강선희(한전KPS)와 함께 다시 한번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그는 "페어에서도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파리 =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