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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논란 새 교과서... 교사들 "교묘하게 친일 역사관 주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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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독재 옹호 논란에 휩싸인 출판사 '한국학력평가원'의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교과서를 두고 일선 역사 교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부실 검정 지적도 제기됐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역사교사모임 등 교사단체들은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사용할 한국사 교과서 9종에 대해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정을 통과한 이들 교과서 9종을 지난달 30일 관보에 게재했다. 각 학교는 다음 달 말까지 이 가운데 하나를 채택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검정을 통과한 한국학력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평이하게 서술했지만 교묘하게 친일 식민지 근대화론 등 잘못된 역사관을 주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접적인 본문 서술보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비중이나 구성, 자료와 도표 등을 이용해 잘못된 역사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해당 교과서는 이승만 정부를 ‘독재 정권’ 대신 ‘장기 집권’으로 표기했다. 이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 자금 유용이나 대미 위임통치 청원 등 과(過)는 언급하지 않고, 광복 후 우리 역사에 영향을 끼친 인물 7인으로 맨 앞에 언급하는 등 ‘건국 대통령’ 면모를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젊은 여성들을 끌고 가 끔찍한 삶을 살게 하였다’고 단 한 줄로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박정희 정부의 베트남 파병과 새마을운동도 산업화 과정으로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다. 한 고교 역사 교사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구체적 배경을 생략하거나 특정 인물에 대한 공과를 균형적으로 다루지 않고 보수적 시각에서 기술해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회적 방식으로 친일 식민사관을 주입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를 들어 교과서 본문과 별도로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학생의 관점을 묻는 ‘주제 탐구’ 코너에서 ‘일제에 협력한 친일 지식인들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계각층에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조사해 보자’ 등의 질문이 제시됐는데, 해당 주제들은 이미 다각적 검증을 통해 비판적 평가가 정립된 사안이라는 점을 교묘히 가린 채 부당한 견해를 유도한다는 것이 비판의 골자다. 해당 교과서를 검토한 한 고등학교 역사 교사는 “2014년 친일 논란이 됐던 교학사 교과서가 본문에 직접적인 친일 독재 미화 부분을 언급했다면 이번에는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면서 비중이나 구성에서 친일 식민사관 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교과서 검정 과정 의혹도 불거졌다. 교과서 검정을 받으려면 최근 3년간 검정 신청 교과와 관련한 도서를 1권 이상 출판해야 하는데 한국학력평가원은 지난해 7월 수능 기출 문제집 한 권만 출간했다. 과거 교과서 집필 이력이 전혀 없는 필진 5명이 참여한 데다 이들의 과거 뉴라이트 성향 발언이 알려지고 있는 점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검정 자격이 충족되지 않은, 뉴라이트 성향 필진이 집필한 교과서가 갑자기 검정을 통과한 배경이 의문스럽다”며 “교육부는 부실투성이 교과서 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정에 통과한 교과서는 2022 개정 교육과정과 중립성 지침을 근거로 심사를 통해 통과한 것”이라며 “문제가 제기되면 수정 절차가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차제에 교과서 검정 체계를 개편해 반복되는 논란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역사교육학과 명예교수는 “국가 개입 여지가 높은 검정 체계에 대한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며 “국가 개입을 줄이되 무분별한 역사적 사실 왜곡 등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검정 과정을 학계에 위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은 각 학교 심의위원회에서 교과서 채택 심의를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일 독재 미화 논란이 불거졌던 2014년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학교 채택률은 당시 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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