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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잔뜩 남긴 만남… 한동훈 "차별화" 이재명 "성과"에 달렸다

입력
2024.09.02 16:50
수정
2024.09.02 17:4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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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대표 회담서 차별화 한계 노출
"얼마나 자율성 갖는지가 성과 좌우"
이재명, 연임 이후 민생·경제 정책 방점
"정쟁 땐 회담 성과 물거품 될 것"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제22대국회 개원식 겸 정기회 개회식 사전환담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모두발언에 박수 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제22대국회 개원식 겸 정기회 개회식 사전환담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모두발언에 박수 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숙제를 잔뜩 떠안았다. 1일 회담에서 8개항의 '공동발표문'을 도출했지만 "협의하기로 했다", "논의하기로 했다"로 여지를 남기면서 아직은 '미완의 약속'에 그쳤다. 두 대표가 앞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11년 만에 성사된 이번 대표 회담은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날 수도 있다.

여야 모두 "만남 자체도 성과"

양측은 2일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회담에 배석한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SBS라디오에서 공동발표문 1항인 '민생 공동 공약 추진 협의기구 운영' 등을 거론하며 "양당 대표가 만나서 이런 대화를 가졌다는 것 자체가 정치복원의 시작"이라고 자평했다.

민주당은 더 호의적이다. 대표실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이 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애초에 의제에서 빠졌던 의료대란 문제까지 발표문 조항에 넣어둔 것도 큰 성과 중 하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기대감이 낮았던 회담이었지만, 이를 명문화한 발표문까지 만든 것은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추켜세웠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의료대란, 채상병 특검 발의' 숙제 쥔 韓

문제는 앞으로다. 양측은 쟁점 현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채 상병 특별검사법,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이 대표적이다. 민생을 강조하지만 껄끄러운 이들 이슈가 부각될 경우 언제든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관건이다. 누차 공언한 제3자 추천 형식의 채 상병 특검법 발의, 의대증원에 따른 의료대란 해법 등을 놓고 대통령실과 이견이 현격하다. 한 대표가 여권 내부의 걸림돌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추가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라도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처지다.

민주당이 회담 이후 한 대표의 현실적 한계를 거론하며 묘한 신경전을 펴는 것도 부담이다. 여야 대표 회담에서 민주당은 민생 공약기구를 조속히 구성하자고 제안한 반면, 한 대표는 '추경호 원내대표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의 권한에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내 처지와 상황이 좀 그렇다"며 한 대표가 반복해 말했다고 전날 회담 당시 상황을 전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가 얼마나 자율성을 갖는지가 향후 성과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부권 정국' 이후 연임 성과 필요한 李

연임에 성공한 이 대표에게도 민생 성과가 절실하다. '야권 단독 법안 처리→대통령 거부권→재의결 폐기'가 반복되는 악순환으로는 더 이상 야권 대선 주자로서의 능력을 입증할 수 없다. '이재명 2기 체제'가 경제와 민생을 기치로 내건 만큼 "정쟁에만 치중할 경우 대표 회담의 성과가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일단 '한 대표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제3자 추천 특검법 발의 기한으로 제시했던 데드라인(지난달 26일)도 사실상 일단 무기한 연기했다. 원내 관계자는 "한 대표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도 "대표 회담이 있었던 만큼 한 대표 입장을 고려해 시간을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조만간 한 대표가 주장한 제3자 특검 추천 내용을 담은 특검법을 당론 발의해 한 대표에 대한 압박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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