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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당 폭동을 기획한 비백인 백인우월주의자

입력
2024.09.05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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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헨리 “엔리케” 타리오- 1

'1·6 의회 난입 사태(2021년)'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22년이 선고된 엔리케 타리오가 2020년 9월 26일 포틀랜드 집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1·6 의회 난입 사태(2021년)'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22년이 선고된 엔리케 타리오가 2020년 9월 26일 포틀랜드 집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 점거폭동으로 총 1,230여 명이 기소돼 750여 명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선동 공모 혐의로 기소된 극우 네오파시스트 조직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의 전 의장 엔리케 타리오(H. Enrique Tarrio, 1983, 혹은 84~)는 2023년 9월 5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서 폭동 관련자 중 최고형인 22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폭동 당시 현장에도 없었던 그가 중형을 선고받은 것도 뜻밖이었지만, 아프리카-쿠바계 비백인인 그가 백인우월주의 조직을 이끌며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도 주목을 끌었다.

타리오는 의사당 폭동 이틀 전 워싱턴DC의 한 유서 깊은 흑인교회에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라고 쓰인 현수막을 뜯어낸 뒤 불을 지르고 불법 무기를 수도로 반입한 혐의로 먼저 기소됐다. 연방 검찰은 폭동을 실질적으로 기획하고 선동한 그가 조직원들의 전의를 달구기 위해 의도적으로, 상대적으로 경미한 혐의의 범죄를 저질러 사전에 체포됐고, 다음 날 보석으로 풀려난 뒤 알리바이를 위해 볼티모어의 한 호텔에 머물렀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그는 병사가 아니라 장군이었다”며 33년형을 구형했다.

쿠바계 이민 2세대로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한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20세 때 절도 혐의로 기소돼 사회봉사 명령과 3년 보호관찰 형을 선고받은 이래 이런저런 범죄로 감옥을 들락거렸다. 그는 한사코 부인했지만 FBI 자료에 따르면 2012~14년 연방-지역 경찰의 정보원으로도 활동했다.
2017년 무렵 마이애미 지역의 극우단체를 기웃거리다 2018년 ‘프라우드 보이스’ 회원이 됐고, 다양한 극우 인종주의 집회 등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명석한 판단력과 결단력, 유창한 언변과 선동 능력" 등을 인정받아 2018년 조직 의장에 추대됐다. 하지만 재판에서 그는 "나는 인종주의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계속)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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