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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째 걸음마 '통합교육', 바뀔 때 됐다

입력
2024.09.0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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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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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할수록 수월하고 효과가 크다는 교육이 있다. 장애 아동이 비장애 친구과 어울리는 '통합교육'이다. 발달·장애 정도의 편차가 크지 않을 때 조기 통합교육이 되면 장애에 대한 선입견 없이 서로 '다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게 교육현장의 얘기다. 장애 아동은 생활습관과 규칙을 잘 익힐 수 있고 도전행동(문제행동)도 완화되곤 한다. 비장애 아동은 다양한 환경의 적응력을 높일 수 있고, 때때로 장애 아동에게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이런 통합교육의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지난달 자폐성 장애 등 특수교육대상 유아들을 향한 차별이나 부당한 분리에 거리낌이 없는 학교(유치원) 관리자 등의 언동에 관한 상당수 사례를 제보받았다. 충남 소재 병설유치원 소속 특수교사는 올 5월 "현장체험학습 갈 때 장애 아동끼리 다니라"는 원감의 통보를 들었다고 했다. 야외 체험하는 날 통합학급반 유아들이 한 버스에 모두 타지 못하자 원장이 "(장애) 애들을 따로 옮기라"고 지시했다는 또 다른 특수교사의 하소연이 있었다. 이미 반 친구들과 짝이 정해진 아이들이었다. 경북 한 병설유치원에선 부모 참여 수업 당일 장애가 있는 원생들을 통합학급에서 특수학급으로 분리하라는 주문도 떨어졌다. 교사의 이의 제기에 "문제 생기면 책임질 거냐"는 관리자의 반문이 돌아왔다고 한다. 단체사진 촬영 때 별 이유 없이 장애 유아들을 따로 떼어낸 사례까지. 유치원 과정부터 통합교육에 역행하는 행태들이 수두룩하다는 게 교육현장의 토로다.

통합교육이 우리 법 체계에 들어온 지 30년이 넘었다. 여전히 통합교육이 '이상적'이라고 비꼬는 이들에게 언제까지 그리 말할 건지 되묻고 싶다. 통합교육은 1994년 특수교육진흥법에 명시됐다가 2007년부터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차별받지 않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이라고 정의돼 있다. 대체로 특수교사 개인에게 통합교육 책임까지 전가돼 온 탓에 교육현장 전반의 통합교육 인식 개선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통합교육 요구는 더 커질 것이다. 학령인구 급감에도 특수교육대상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9년 9만2,958명이던 특수교육대상자는 올해 11만5,610명이다. 이 중 73.7%(8만5,520명)가 또래 비장애학생과 함께 일반학교 통합학급에서 종일 또는 부분적으로 통합교육을 받는다.

실질적인 통합교육을 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올해 2월 학교장의 통합교육 책무성 강화안 등이 담긴 개정 특수교육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학교 관리자 등의 통합교육 운영에 대한 체계적인 연수 등 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교육계는 본다.

특수교사 충원도 주요 과제로 꼽힌다. 올해 일반학교(유치원 포함) 특수교사 1인당 특수학급 학생 수는 평균 4.42명으로 법령 기준(1인당 4명)을 넘어섰다. 전일제 통합학급 장애학생을 포함하면 1인당 학생 수는 평균 5.72명으로 늘어난다. 특수교사 등이 적정 배치돼야 통합학급 교사와 협력하며 장애학생 교육과 생활지도를 원만히 할 수 있다.

합리적인 통합학급 배치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 학부모 뜻대로 무조건 통합교육만 우선할 게 아니라 아동의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통합학급과 특수학급 중 어느 곳에서 교육하는 것이 적절할지, 교육 시점과 시간은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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