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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강간 혐의 10대 2명 1심서 무죄, 알고보니...

입력
2024.08.31 14:45
수정
2024.09.0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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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지방법원 전경. 자료사진

의정부지방법원 전경. 자료사진

함께 술을 마시던 여학생 2명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10대 남성 2명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들의 일관성 없는 진술과 경찰의 편파 수사가 판결에 영향을 줬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 오창섭)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10대 A·B 군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중학생이었던 A 군 등은 2021년 11월 경기 의정부시 한 주택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1살 연상인 10대 C·D 양을 각각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관계 이후 C 양은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전화해 "도와 달라"고 했고, 그의 남자친구는 곧바로 집으로 달려와 잠자고 있던 A 군 등에게 때릴 듯이 위협하며 따졌다. 겁먹은 B 군은 합의하에 성관계 했다고 말하며 스스로 A 군의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했다. C·D 양은 협박과 폭행 등으로 인해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 군 등은 수사기관 조사와 법정에 이르기까지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였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A 군 등이 피해자들을 성폭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해자들의 일관되지 않은 진술은 A·B 군의 무죄 판결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C 양은 처음 경찰 조사에서 A 군이 자신의 옷을 벗겼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또 A 군이 강제적으로 관계해 성기에 피가 났다고 주장했는데, 사건 당일 C 양이 해바라기센터에서 검진한 결과 '신체 손상'이 없다고 기재돼 있었다. 피해자들의 당시 신체 조건을 고려하면 저항했을 경우 신체에 멍이나 상처가 생겼어야 하지만 확인된 상처는 없었다.

범행이 이뤄진 곳이 D 양의 집인데, 집안에 사람이 있었음에도 피해자들이 소리를 치는 등 어떠한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점도 이상하게 여겼다. 재판부는 C 양이 과거 남자친구에게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남자친구가 신고하려고 하자 사실은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고 말한 점도 주목했다. 이를 근거로 C 양은 본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진술을 하는 성품을 가졌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경찰 수사도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A·B의 변호인은 경찰 수사관에게 피해자들 진술 신빙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고소인들의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메시지, 통화내역 수사를 요청했지만, 경찰 수사관이 이를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또 신고 당시의 분위기를 파악할 수 있는 112신고 녹음 내역도 확보하지 않았을 뿐더러 피해자 진술조서를 작성하며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문구를 일부 추가하거나 유리한 문구를 생략했다.

오 부장판사는 "수사기관은 피해자들의 일방적 진술만을 근거로 객관적인 증거 수집을 소홀히 하는 등 부실 내지 편파수사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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