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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친북? 정권 바뀌면 반복되는 역사교과서 논란, 왜

입력
2024.08.31 04:30
수정
2024.09.02 18:5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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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검정→국정→검정' 변화 반복
정권마다 친일·친북 교과서 논란
교과서 편찬 방식 대대적 점검 필요

2025년 3월 새 학기부터 사용될 검정 교과서가 30일 관보에 게재된 가운데 한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 과거사 기술이 또 논란을 불렀다.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기자실에 해당 교과서가 비치돼 있다. 뉴스1

2025년 3월 새 학기부터 사용될 검정 교과서가 30일 관보에 게재된 가운데 한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 과거사 기술이 또 논란을 불렀다.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기자실에 해당 교과서가 비치돼 있다. 뉴스1

역사 교과서 이념 논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됐다. 내용 측면에서는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친일 논란'이, 진보 성향 정권에서는 '친북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교과서 검정 방식도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

3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중·고교 역사 교과서 발행 체제는 1972년 '10월 유신' 이후 오랜 기간 국정 교과서였다. 국정 교과서는 교육 당국을 중심으로 정부가 직접 만든 교과서다. 전국 모든 학생들은 국정 교과서로 똑같은 내용을 배워야 했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획일적 역사교육' 탈피를 목표로 2003년부터 검정제로 전환을 시작했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완전 검정 체제가 됐다. 검정제에서는 개별 출판사가 역사 교과서를 만들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검정을 거쳐 시장에 풀린다.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은 2000년대 들어 뜨겁게 타올랐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5월 김도연 과학기술부 장관은 한 강연에서 "역사교과서나 역사 교육은 다소 좌향좌돼 있다"고 발언하며 논쟁에 불을 붙였다. 교육부가 역사 교과서에 대한 수정·검토 작업에 착수하면서 보수와 진보 간 갈등도 폭발했다. 이후 국사편찬위원회가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정 교과서 논란이 사회적 갈등으로 번졌다. 당시 정부는 '균형 잡힌 올바른 교과서'를 언급하며 '국가공인 교과서' 제작을 추진했다. 검정제였던 교과서 편찬 방식을 국정제로 되돌리는 결정이었다.

진보 진영에서는 국정 교과서 환원 시 친일 미화와 역사 왜곡 우려가 제기됐다. 당시 야권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중심으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맞불을 놓기도 했다. 그해 11월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하면서 2017년부터 모든 중고교에서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올바른 역사교과서' 단 하나만 가르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국정 교과서 체제가 다시 시행됐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2016년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수립일로 서술해 역사 왜곡 비판을 받았고 위안부 학살 피해를 축소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역사 교과서는 다시 검정제로 회귀했다. 이때도 몇몇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좌편향 논란이 일었다. 보수 진영은 국가적 정통성이 북한에 있는 것처럼 서술된 내용과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 서술을 누락한 사례 등을 끄집어냈다.

반복되는 역사 교과서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교과서 편찬 방식의 대대적 점검과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국정 교과서와 검정 교과서는 구조적으로 정부 영향력이 상당히 미치게 된다"면서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 채택한 자유발행제로 바꾸면 정부의 간섭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발행제를 도입해 교과서 편찬의 자율성을 크게 넓혀도 부적절한 교과서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란 주장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을 지낸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상식을 가진 교사와 교수들이 모두 인정할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권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도록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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