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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안 "세대 갈라치기" vs "젊은 세대 위한 도리"

입력
2024.08.30 14:00
수정
2024.08.3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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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율 차등 인상·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쟁점
세대별 차등 인상→갈등 조장 찬반 엇갈려
자동안정화장치도 "삭감 위한 장치" 반론
"정치 갈등 증폭될라" VS "개혁안 환영할 만"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2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관계자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29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관계자가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국정 브리핑에서 제시한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두고 연금 전문가들이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가장 큰 쟁점인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방안에 대해선 "세대 간 갈라치기"라는 비판과 "젊은층을 위한 최소한의 도리"라는 반론이 평행선을 달렸다.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과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출연해 전날 윤 대통령이 밝힌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에서 ①지급 보장 명문화 ②보험료율 세대별 차등 인상 ③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④납입기간 추가 산입제도(연금 크레디트) 확대 ⑤기초연금 인상 등 5가지 방향의 연금 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이 중 연령과 무관하게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내는 현 방식을 연령별 차등화로 바꾸는 보험료율 차등 인상과 인구·경제 여건 변화를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에 연계하는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은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는 방안으로, 윤 위원과 김 교수도 이견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세대별 차등 인상, "불가피한 선택" vs "세대 갈등"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과 관련해 윤 위원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우리 국민연금 제도는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더라도 보험료율을 20%(현행 9%)까지 올려야 후세대에 빚을 떠넘기지 않는 구조다. 그리고 이미 국민연금에 1,825조 원의 빚(미적립 부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세대 간 갈등 일으키려 하냐'라는 비판이 있는데, 앞 세대가 연금 제도를 방만하게 운영했으니 우리가 젊은 세대에게 최소한의 도리를 하자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에 반박했다. 현재 중장년 세대가 젊은 세대보다 연금을 더 받게 되면, 젊은 세대의 노인 부양 부담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40대 후반에서 50대, 60대는 부모를 사적으로 부양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면서 "우리나라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낀 특수한 세대"라고 전제했다. 이어 "중년세대가 연금을 어느 정도 받으면 자녀 세대의 사적 부양 부담은 상당히 줄어든다. 세대 간 형평성 문제는 노인 부양의 사적 책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젊은 세대는 보험료 더 내고 연금은 덜 받으니 좀 깎아주자, 이런 식으로 노인 부양 문제를 세대 간 갈등 조장으로 접근하면 답이 없다"면서 "접근법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점 전망

국민연금 기금고갈 시점 전망

자동안정화, "장기 지속가능성" vs "연금 깎는 장치"

자동안정화 장치 방안에 대해서도 두 전문가의 의견은 엇갈렸다. 윤 위원은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연금 받는 기간이 늘어나 재정 안정에 부정적이고, 출생률이 떨어져도 (연금의) 부양 능력이 떨어진다. 또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국가의 전체적인 경제 부양 능력이 떨어진다. 이 세 가지 요인을 연금제도에 자동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라며 "정치적인 판단에 맡기지 않고 제도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자동안정화 장치를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자동안정화 장치의 핵심은 연금을 깎는 장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직면한 선진국들이 보험료율은 더 이상 못 올리니, 요율은 고정하고 대신 인구구조 변동에 따라서 받아 가는 액수를 좀 줄이기 위해 도입된 게 이 장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스웨덴과 일본이 연금을 삭감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교수는 "대통령이 연금 개혁안을 직접 언급한 것 자체는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자동안정화 장치, 보험료율 차등 인상을 불쑥 던진 게 굉장히 답답하고 앞으로 정치적 갈등이 증폭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윤 위원은 "대통령이 제시한 연금개혁의 화두는 젊은층을 배려하고 고려한 개편방안이라는 것"이라며 "기금 소진 시점을 2055년에서 30년 늦추면 젊은층의 불안감도 상당히 적어질 것"이라고 총평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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