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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보다 '생애확장사회'라고 하면 어떨까요

입력
2024.09.01 07:00
수정
2024.09.02 18:36
19면

65세 이상 고령인구 1000만 명 시대
인구의 19.51%로 '초고령사회' 눈앞
기대여명, 30년 사이 10세 이상 증가
고령자 기준 65세, 시대 흐름 반영 못해
100세시대에 60세 전후 은퇴, 좋은 것 아냐
75세 이상으로 하면 고령인구 비율 12.7%
경제활력 유지 위해 고령 기준 변경 고민해야

편집자주

※누구나 부자가 되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꿈만으론 부자가 되지는 않습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풍요로운 노후의 삶을 꿈꾼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이 부자 되는 노하우를 2주에 1번 찾아와 알려드립니다. 여러분은 결심만 하시면 됩니다. 부자 될 결심!


경기 수원시의 한 공원에서 노인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 행정안전부는 10일 기준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62명을 기록해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전체 주민등록인구 5,126만9,012명의 19.51%를 차지했다. 뉴스1

경기 수원시의 한 공원에서 노인들이 의자에 앉아 있다. 행정안전부는 10일 기준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62명을 기록해 1,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는 전체 주민등록인구 5,126만9,012명의 19.51%를 차지했다. 뉴스1


올해 7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1,000만62명)는 전체 주민등록인구(약 5,127만 명)의 19.5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내년(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로 진입이 임박한 상황입니다. 유엔에서는 만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7% 이상을 ‘고령화사회’, 14% 이상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2000년에 고령화사회,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원래 2026년 정도로 예상을 했지만 1년 정도 더 빨라졌습니다. 대한민국은 불과 25년 만에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들어서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라면 우리나라는 2050년쯤이면 전 세계에서 최고령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고령화는 단순히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은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성장 등 사회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고령화 해결을 위해서는 인구구조의 근본적인 변화가 따라줘야 하는데 이는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는 고령화 문제 해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관점을 조금 바꾸어 생각해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명이 연장된다는 것은 그에 따라 생애주기가 확장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평균적으로 같은 연령대의 고연령자라도 과거보다 현재 사람들의 건강상태가 훨씬 좋고 활동도 왕성하다는 것을 인정하실 겁니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초고령사회’보다는 ‘생애확장사회’로 바라보면 그렇게 심각하거나 비관적인 상황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픽=신동준 기자

그래픽=신동준 기자


앞서 유엔이 정한 고령화 기준은 이미 30년이 넘은 과거의 기준입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1990년 당시 0세 기준 기대여명이 71.7세였으나, 2022년에는 82.7세로 10년 넘게 증가했습니다. 수명연장 추세를 고려했을 때 고령자를 65세 이상으로 고정돼 있는 판단기준은 시대적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고령인구 기준을 70세 이상으로 변경하면 고령인구 비율은 12.7%로 떨어지고, 75세 이상으로 바꾸면 8.1%로 대폭 감소합니다. 고령인구 기준을 10년 정도 늦추면 우리나라는 아직 ‘고령화사회’에도 진입하지 않은 셈이 됩니다. 고령인구 기준을 변경하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문제도 일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 3,763만 명을 정점으로 급격한 감소세로 전환돼 가고 있는데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내수경기가 위축되면서 저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생산가능인구 기준을 15~74세로 바꾸면 생산가능인구의 정점이 늦춰지고 그 정도 또한 완화됩니다. 2040년 예상되는 생산가능인구는 3,771만 명으로 2016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가 가능해집니다. 우리나라의 경제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고령인구 기준의 변경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생애확장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일하는 기간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22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6.2%로 2017년(30.6%) 대비 5.6%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5.0%와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가장 높습니다. 한편 OECD 국가 중 실질은퇴연령도 72.3세(2018년 기준)로 1위를 기록하고 있지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고, 가장 늦게 은퇴하는 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일 자체를 목적으로 해서 나온 결과라면 정말 바람직하겠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생계유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은퇴가 지속적으로 연장되고 있고, 연간 근로시간 측면에서도 최상위권입니다. 많은 시간을 일하고, 오랜 기간을 일하고 있는데도 노인빈곤율 등 각종 복지지표는 여전히 좋지 않습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은퇴는 생산활동은 중지했지만 소비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단순하게 주된 직장을 그만두는 퇴직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로 실질적인 은퇴는 점점 늦어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55~79세 고령자 중 장래 근로를 원하는 사람들이 2017년 62.4%에서 2024년 69.4%로 7%포인트 상승하며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취업을 원하는 이유가 ‘일하는 즐거움(35.8%)’과 같은 긍정적인 요인보다는 ‘생활비 보탬(55.0%)’과 같은 생계목적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상을 유지하고 자아실현을 목적으로 은퇴를 미루는 것은 권장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은퇴가 늦어지는 현실은 분명 개선돼야 할 대상입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금을 중심으로 한 노후자산관리가 병행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연금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인구(약 905만 명) 중 하나의 연금이라도 받고 있는 비율은 90.5%로 집계됐습니다. 비율로는 양호해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이 받는 월평균 연금수급액은 65만 원으로 1인 가구 최저생계비(2022년 116만5,887원) 절반 수준에 그치는 금액입니다. 연금으로 노후생활비를 조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니 65세 이후에도 일을 하는 고령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연금으로 하는 노후준비가 바람직하다는 인식은 확산되고 있지만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가 임박한 사람들에게는 준비시간이 부족해 쉽지 않은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바로 절반의 은퇴, 은퇴 후 일을 일부 지속하는 방법으로 말입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열심히 일하던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후에도 일을 지속해야 한다는 현실에 서글픈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0세시대 관점에서 보면 60세 전후로 하는 은퇴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과거 80세 수명시대에는 60세에 은퇴하면 20년 정도의 은퇴생활을 예상했을 겁니다. 수명을 100세로 가정하면 은퇴생활기간이 40년으로 2배가 늘어납니다. 20년도 짧지 않은데 40년이면 일반적으로 경제활동을 한창 하던 기간(약 30~35년)보다도 긴 세월입니다. 경제적 부담을 일부 내려놓고 일 자체를 목적으로 즐길 수 있는 상태를 ‘반퇴(반은퇴)’라고 정의합니다. 일을 지속하면 경제적 혜택 이외에도 다양한 장점이 있습니다. 우선 규칙적인 활동을 통해 신체 및 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일하는 고령자의 의식을 살펴보면 주관적 건강평가가 ‘좋다’는 비율은 일하지 않는 고령자보다 높게 나타나고 ‘나쁘다’는 비율은 낮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관계가 유지되면서 자존감이 올라가고 소득 및 소비만족도가 높아져 노후에도 한층 더 나은 삶의 활력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일본 오키나와의 할머니 그룹 ‘KBG84’가 고향 고하마섬에서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일본 오키나와의 할머니 그룹 ‘KBG84’가 고향 고하마섬에서 방문객들을 환영하는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일본에서 평균 나이 84세의 할머니들이 걸그룹을 결성해 한때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주변을 보면 어떤 일을 하는 데 나이를 제약요건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나이 60세에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은퇴하는 사람들보다 기존과 같은 활동성을 유지하며 오히려 70세가 넘어서도 왕성하게 살아가는 고령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은퇴시기에 즈음해 일을 내려놓고 즐거운 인생을 살라는 의미의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이제 ‘인생은 70이나 80부터’로 조정하는 것이 생애확장사회에 부합하는 기준으로 보입니다.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김진웅 NH WM마스터즈 수석전문위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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