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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숲'을 더 좋아한 곤충·버섯·새들··· 무색해진 편백 힐링 숲

입력
2024.08.31 16:30
수정
2024.09.02 12:5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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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봉산엔 서울 최초의 편백숲이 있다. ‘오로지 편백 한 종을 위해 있던 숲을 모조리 밀어버리는 게 정당한가’라는 물음이 제기될 때마다, 관할 지자체는 ‘기존 숲은 불량림이었다’라는 취지의 말로 일관한다. 대체 그곳은 얼마나 불량했던 걸까. 봉산을 찾아 ‘불량림’과 편백림의 생물다양성을 들여다봤다. 왼쪽 사진은 봉산 편백 인공림에서 채집한 편백 낙엽, 오른쪽은 봉산 자연림에서 채집한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팽나무, 때죽나무, 밤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쥐똥나무, 아까시나무, 산뽕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낙엽을 하나의 잎으로 형상화한 모습이다.

서울 은평구 봉산엔 서울 최초의 편백숲이 있다. ‘오로지 편백 한 종을 위해 있던 숲을 모조리 밀어버리는 게 정당한가’라는 물음이 제기될 때마다, 관할 지자체는 ‘기존 숲은 불량림이었다’라는 취지의 말로 일관한다. 대체 그곳은 얼마나 불량했던 걸까. 봉산을 찾아 ‘불량림’과 편백림의 생물다양성을 들여다봤다. 왼쪽 사진은 봉산 편백 인공림에서 채집한 편백 낙엽, 오른쪽은 봉산 자연림에서 채집한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팽나무, 때죽나무, 밤나무, 굴참나무, 갈참나무, 쥐똥나무, 아까시나무, 산뽕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낙엽을 하나의 잎으로 형상화한 모습이다.

서울 은평구 남서쪽에는 봉산이라는 이름의 나지막한 산이 있다. 낯선 지명이지만, 봉산은 지난 2020년부터 거의 매해 대벌레,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등 곤충이 집단 발생하며 미디어에 여러 번 노출된 바 있다. 봉산의 또 다른 연관 키워드는 ‘편백’이다. 2014년부터 은평구가 ‘서울시 최초’ 타이틀을 걸고 진행 중인 ‘봉산 편백나무 치유의 숲’ 조성 사업의 영향이다. 이는 기존 산림을 베어낸 자리에 편백 숲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은평구는 지난 10년 동안 봉산 내 6.5헥타르(㏊) 규모 산지에 약 1만3,400그루의 편백을 심어왔다.

‘멀쩡한 숲을 훼손한 자리에 기후에 맞지도 않는 수종을 심었다’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은평구가 해명·보도자료를 통해 자주 언급하는 명제가 있다. ‘기존 ‘불량림’을 제거하고 편백림을 조성했다’는 것. 이미 사라진 숲이니 얼마나 불량했는지 직접 확인할 길은 제한적이지만, 인근에 아직 남아 있는 유사한 환경의 숲을 찾아 '불량림'의 실체를 살피고자 했다. 본보는 '생명다양성재단'의 협조를 받아 봉산 내 편백 조림지와 자연림에서 4개 분류군(식물류, 조류, 곤충류, 균류)에 대한 생물상 비교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기간은 지난 8월 5일부터 8월 18일까지, 조사 구역은 2017년 북사면 자연림을 모두베기 하고 조림한 편백림 1ha와 이곳에서 약 470m 떨어진 북사면의 자연림 1ha로 설정했다.

봉산 자연림 생물상 조사 결과 목록. 위에서 아래로 식물류 89종, 곤충류 97종, 조류 16종, 균류 39종.

봉산 자연림 생물상 조사 결과 목록. 위에서 아래로 식물류 89종, 곤충류 97종, 조류 16종, 균류 39종.

식물상 조사 결과 편백 조림지에서는 71종이, 자연림에서는 89종이 기록됐다. 이 중 목본(나무)은 자연림(44종)이 조림지(14종)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종이 관찰됐다. 두 조사지 간 교목(목본 중 한 개의 굵은 줄기를 갖는 나무)의 생활사 단계에 차이가 있었다. 인공림에서는 편백나무와 일부 벚나무속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목이 어린 임목인 반면, 자연림에서는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아까시나무 등 다양한 교목의 성숙 임목과 어린 임목이 고루 관찰됐다. 이는 벌채 후 편백나무를 일괄적으로 심은 인공림에서는 성숙 임목의 종 다양성이 감소한 반면, 자연림에서는 다양한 교목 종이 여러 생활사 단계에서 공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봉산 편백 인공림 생물상 조사 결과 목록. 위에서 아래로 식물류 71종, 곤충류 15종, 조류 7종, 균류 7종.

봉산 편백 인공림 생물상 조사 결과 목록. 위에서 아래로 식물류 71종, 곤충류 15종, 조류 7종, 균류 7종.

편백림 인공림은 높은 울폐도(숲이 우거진 정도)로 인해 산림 아래쪽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이 적으며, 특히 타감작용(식물에서 화학물질이 생성돼 다른 식물의 생존·성장을 저해하는 작용)이 활발해 하층식생의 종 다양성과 풍부도가 감소하는 특성이 있다. 실제 조림지를 관찰한 바에 따르면 편백이 빼곡히 자라난 지역은 상대적으로 하층식생이 낮은 밀도로 분포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계곡부 또는 편백이 고사한 구역은 수관층(나무의 꼭대기 부분)이 열리며 지면에 닿는 빛의 양이 증가해 생태계 교란 식물인 환삼덩굴, 서양등골나물, 돼지풀 등이 우세하게 자라나 있었다.

봉산 남측 사면 편백이 죽은 자리마다 외래종 식물 미국자리공이 높은 밀도로 확산하고 있다.

봉산 남측 사면 편백이 죽은 자리마다 외래종 식물 미국자리공이 높은 밀도로 확산하고 있다.


봉산 편백 조림지의 계곡부가 칡과 생태계교란식물인 환삼덩굴로 뒤덮여 있다.

봉산 편백 조림지의 계곡부가 칡과 생태계교란식물인 환삼덩굴로 뒤덮여 있다.

자연 생태계는 먹이사슬로 연결된 피라미드 형태의 네트워크로 비유되곤 한다. 식물계는 이 피라미드 구조에서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다. 봉산의 경우처럼 편백 한 종을 위해 원래 있던 숲의 식물 다양성을 완전히 제거한다면, 바로 위에 위치하며 식물을 먹이 삼는 곤충계가 받을 영향은 자명하다. 곤충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 112종 중 97종이 자연림에서, 15종이 편백 조림지에서 관찰됐다. 곤충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는 편백 단일종 조림으로 인한 식물 종다양성의 감소, 특히 밀원식물(꿀벌이 자라나는 데 필요한 꽃꿀과 꽃가루를 제공하는 식물)의 감소를 이 같은 큰 차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식물상을 조사한 전문가도 동일하게 언급한 내용이지만, 조림지에서 편백의 고사 등으로 수관이 개방돼 드러난 나지에서는 생태계교란식물로 지정된 환삼덩굴이 우점한 상태인데, 이로 인해 밀원식물의 다양성에 영향을 크게 받는 야생 화분매개자의 다양성 감소가 두드러졌다. 반면, 자연림에서는 청줄벌, 애꽃벌, 스즈키나나니등에, 호리꽃등에, 녹색박각시, 부전나비류와 같은 벌목, 파리목, 나비목 등 화분매개자가 다양하게 발견됐다. 또한 넓적배사마귀, 긴날개여치, 밑들이파리매와 같은 포식자, 동애등에와 초록파리와 같은 분해자 등 생활사 단계의 여러 층위에서 생태적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곤충들이 발견됐다.

봉산 남측 사면 편백이 고사한 자리로 칡이 우점하고 있다. 남은 편백들(붉은 화살표)이 칡덩굴에 휘감겨 있다.

봉산 남측 사면 편백이 고사한 자리로 칡이 우점하고 있다. 남은 편백들(붉은 화살표)이 칡덩굴에 휘감겨 있다.


숭실고 방면 남측 사면에 살아남은 편백들은 저마다 가지 끝에 종자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이들은 생장 환경이 악화했을 때 잎을 새로 달거나 가지를 뻗고 몸집을 키우는 대신 생식에 집중한다.

숭실고 방면 남측 사면에 살아남은 편백들은 저마다 가지 끝에 종자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이들은 생장 환경이 악화했을 때 잎을 새로 달거나 가지를 뻗고 몸집을 키우는 대신 생식에 집중한다.


조류의 먹이가 되는 식이식물을 분석한 결과, 편백 조림지에서 5종(누리장나무, 산딸기 등), 자연림에서 20종(때죽나무, 산딸나무, 가막살나무, 팥배나무 등)이 관찰됐다. 실제 조류상 조사 결과는 이러한 서식 환경을 반영하고 있다. 편백 조림지에서 조류 총 7종 19개체, 자연림에서는 16종 43개체가 관찰되며 종 다양성과 밀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자연림은 하층식생이 풍부하게 발달해 있고, 다층림으로 구성돼 있어 산솔새, 동박새, 동고비, 어치 등 산새들이 다수 관찰됐다. 딱따구리류가 선호하는 고사목도 그대로 있어 먹이활동 터와 번식둥지 터 역할을 하고 있었고, 실제 청딱따구리와 오색딱따구리가 관찰됐다.

봉산 자연림에서 관찰된 노란망태버섯.

봉산 자연림에서 관찰된 노란망태버섯.


봉산 편백 인공림에서 관찰된 직박구리(왼쪽)와 자연림에서 관찰된 파랑새.

봉산 편백 인공림에서 관찰된 직박구리(왼쪽)와 자연림에서 관찰된 파랑새.

버섯(담자균류) 조사 결과도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조림지에서는 7종, 자연림에서는 39종이 관찰됐다.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는 “버섯의 출현은 출현식물과의 연관성이 매우 높다”며 “자연림의 버섯 출현이 많은 것은 아까시나무와 상수리나무 등 교목과 버섯이 건강한 상호 의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증거다”라고 설명했다. 자연림에서는 사마귀광대버섯, 노란대망그물버섯, 꾀꼬리버섯 등 나무와 공생하는 균근균(공생균)이 15종 발견된 반면, 편백림 조림지에서는 2종 발견됐다. 그는 “편백숲 조림사업을 하면서 기존의 숲의 나무들이 가지고 있었던 버섯들의 공생관계도 상당 부분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숭실고 방면 남측 사면 꽃잔디 구역에 남은 옛 숲의 흔적. 다양한 나이대, 다양한 수종 그루터기의 존재는 ‘30살 이상 아까시나무 ‘불량림’을 제거했다’는 구청 설명과 배치된다.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편백나무 식재를 목적으로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숲을 개벌했으나, 암반 지대임이 뒤늦게 밝혀지며 편백나무를 심는 데 실패하고 대신 꽃잔디를 심었다고 한다. 구청 측은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지역으로 방치될 경우 산림재해 발생 위험이 높아 정비를 실시했으며, 정비과정에서 지표면이 드러나면서 암반지역임을 인지했다'라는 배경 설명을 내놨으나, 결과적으로 이곳은 산림재해에 더욱 취약한 상태가 됐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사지에서 벌목을 실시했을 때 잘린 나무의 뿌리가 썩고 새로 심은 나무가 자라는 약 20년 동안 산사태 위험이 증가한다.

숭실고 방면 남측 사면 꽃잔디 구역에 남은 옛 숲의 흔적. 다양한 나이대, 다양한 수종 그루터기의 존재는 ‘30살 이상 아까시나무 ‘불량림’을 제거했다’는 구청 설명과 배치된다. 현장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편백나무 식재를 목적으로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숲을 개벌했으나, 암반 지대임이 뒤늦게 밝혀지며 편백나무를 심는 데 실패하고 대신 꽃잔디를 심었다고 한다. 구청 측은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극심한 지역으로 방치될 경우 산림재해 발생 위험이 높아 정비를 실시했으며, 정비과정에서 지표면이 드러나면서 암반지역임을 인지했다'라는 배경 설명을 내놨으나, 결과적으로 이곳은 산림재해에 더욱 취약한 상태가 됐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사지에서 벌목을 실시했을 때 잘린 나무의 뿌리가 썩고 새로 심은 나무가 자라는 약 20년 동안 산사태 위험이 증가한다.


숲이 사라진 자리를 꽃잔디로 덮었지만, 이곳의 토양은 여름 태양 아래 속수무책으로 온도가 올라가 있다. 오른쪽 열화상 이미지를 살펴보면 편백을 심으려다 실패해 꽃잔디로 덮어둔 이곳만 노랗게 달아오른 모습이 도드라진다. 이곳은 열섬 현상을 완화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도시숲의 기능을 상실했다.

숲이 사라진 자리를 꽃잔디로 덮었지만, 이곳의 토양은 여름 태양 아래 속수무책으로 온도가 올라가 있다. 오른쪽 열화상 이미지를 살펴보면 편백을 심으려다 실패해 꽃잔디로 덮어둔 이곳만 노랗게 달아오른 모습이 도드라진다. 이곳은 열섬 현상을 완화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도시숲의 기능을 상실했다.


구청 관계자들이 수시로 스프링클러와 물호스를 이용해 꽃잔디에 급수하고 있지만, 수분 용탈이 심한 상부를 중심으로 고사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구청 관계자들이 수시로 스프링클러와 물호스를 이용해 꽃잔디에 급수하고 있지만, 수분 용탈이 심한 상부를 중심으로 고사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지난 2021년 서울 생물다양성 포럼에서 우리곤충연구소의 정부희 박사는 '도시숲의 곤충생태 및 보전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한 수종으로 이뤄진 단일림 조성 및 원예종 식재가 도시숲 곤충들의 다양성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같이 생물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 숲 관리는 결국 환경 변화에 민감한 취약종을 감소시키고, 내성이 강한 외래종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에서 편백 인공림의 곤충 종 다양성이 자연림과 견주었을 때 매우 낮았을 뿐 아니라, 북미산 외래침입종이자 산림병해충으로 지정된 소나무허리노린재가 대규모로 발견됐다.

지난 28일 봉산 남측 사면 편백 조림지(2014·2015년 식재)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편백이 고사한 자리에 자라난 식물들에 대해 대대적인 예초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28일 봉산 남측 사면 편백 조림지(2014·2015년 식재)에서 구청 관계자들이 편백이 고사한 자리에 자라난 식물들에 대해 대대적인 예초 작업을 벌이고 있다.


남측 사면 조림지에서 편백이 고사하면서 생겨난 공간으로 미국자리공과 환삼덩굴, 칡을 비롯한 초본들이 빠른 속도로 확산, 남은 편백 개체들의 생육에 영향을 주자 구청이 나서서 대대적인 예초(풀베기) 작업을 벌였다. 오른쪽 열화상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이 예초로 인해 나출된 토양의 온도가 치솟아 있다. 온도가 올라간 토양은 더더욱 건조해지고, 남은 편백의 수분 스트레스는 극심해진다.

남측 사면 조림지에서 편백이 고사하면서 생겨난 공간으로 미국자리공과 환삼덩굴, 칡을 비롯한 초본들이 빠른 속도로 확산, 남은 편백 개체들의 생육에 영향을 주자 구청이 나서서 대대적인 예초(풀베기) 작업을 벌였다. 오른쪽 열화상 이미지에서 알 수 있듯이 예초로 인해 나출된 토양의 온도가 치솟아 있다. 온도가 올라간 토양은 더더욱 건조해지고, 남은 편백의 수분 스트레스는 극심해진다.


대기온도는 31도인 반면, 예초로 인해 나출된 대지의 표면 온도는 70도에 이른다.

대기온도는 31도인 반면, 예초로 인해 나출된 대지의 표면 온도는 70도에 이른다.

이번 조사를 총괄한 성민규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은 “조림지에서 자연림 대비 식물종은 약 20%(목본:68%), 조류는 약 56%, 곤충은 약 85%, 담자균류는 약 82% 적은 종 수가 출현했다”면서 “식물종의 단순화가 식물을 번식기주, 먹이원, 은신처 등으로 이용하는 곤충과 다양성을 크게 감소시키고, 다양한 곤충과 식물을 먹이로 하는 조류의 다양성도 잇따라 감소시켰으며, 또 임목과 공생하는 공생균과 죽은 임목에서 자라는 부생균의 다양성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성 연구원은 “조사기간이 더 확보됐다면 종 다양성의 격차는 더 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여 말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30살 이상 아까시 나무 '불량림'을 제거하고 이산화 흡수 능력과 미세먼지 저감능력이 뛰어난 편백을 심었다"는 은평구청의 설명과 달리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행한 산림수종 표준 탐수흡수량 측정 자료에 따르면 편백의 연간 탄소 흡수량은 신갈나무나 상수리나무와 같은 참나무류에 한참 못미친다. 이는 연간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30년생 기준)이 ha당 무려 13.79 CO2톤에 이르는 아까시나무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오른쪽 사진은 봉산 편백림 상부에 위치한 공중화장실 모습. 한기가 느껴지는 이 화장실의 에어컨 (희망)온도는 16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30살 이상 아까시 나무 '불량림'을 제거하고 이산화 흡수 능력과 미세먼지 저감능력이 뛰어난 편백을 심었다"는 은평구청의 설명과 달리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발행한 산림수종 표준 탐수흡수량 측정 자료에 따르면 편백의 연간 탄소 흡수량은 신갈나무나 상수리나무와 같은 참나무류에 한참 못미친다. 이는 연간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30년생 기준)이 ha당 무려 13.79 CO2톤에 이르는 아까시나무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오른쪽 사진은 봉산 편백림 상부에 위치한 공중화장실 모습. 한기가 느껴지는 이 화장실의 에어컨 (희망)온도는 16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한편, 구청이 기존 숲의 벌목과 편백숲 조림의 근거로 드는 영급구조 개선을 통한 '숲의 불균형' 해소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엄태원 숲복원생태연구소장은 “영급개선은 영급(나이대)이 동일한 나무가 있는 숲을 개량해 청년, 중년, 장년등 다양한 연령층이 사는 숲으로 가꾸는 것을 뜻한다”면서 “중간 중간 쇠퇴하는 나무들을 일부 솎아베기하고서 생겨난 공간을 어린 나무로 벌충하는 식으로 숲의 영급구조를 다양화해 나가는 것이지, 봉산처럼 일괄적으로 베고 한 종의 묘목으로 대체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엄소장은 “봉산은 분류하자면 목재생산이 주목적인 경제림이 아니라 기후 완화 등 공익적 가치에 중점을 두는 도시숲이다”라며 “경제림에서 주로 쓰이는 영급구조 개선이라는 개념이 필요에 따라 오도된 사례”라고 부연했다.



편집자주

아메리카 원주민에겐 말을 타고 달리다 '멈칫' 말을 세우고 내려 뒤를 돌아보는 오래된 의식이 있었습니다. 발걸음이 느린 영혼을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하상윤의 멈칫]은 치열한 속보 경쟁 속에서 생략되거나 소외된 것들을 잠시 되돌아보는 멈춤의 시간입니다.

생물상 조사=생명다양성재단

하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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