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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욕의 역사 잊지 말라"는 교육이 중국 청년들을 민족주의자로 만들었다

입력
2024.08.30 16:00
수정
2024.09.02 10: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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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왕정 '국치를 잊지 말라'

부러진 아편대를 형상화한 중국의 조형물. 여문책 제공

부러진 아편대를 형상화한 중국의 조형물. 여문책 제공

2009년 중국 건국 60주년 국경절 열병식에서 국기 호위대는 169걸음을 내디뎠다. '169'는 청나라의 패배와 굴욕적 협상으로 끝난 1차 아편전쟁이 벌어진 1840년 이후 2009년까지의 햇수. 중국 당국은 인민들에게 굴복과 재기를 반복한 '민족의 경험'을 일깨워 주기 위해 열병식의 세세한 부분까지 계획했다.

중국 출신인 왕정 미국 시턴홀대 외교국제관계학부 교수의 책 '국치를 잊지 말라'는 중국이 국경일을 민족 서사를 상기시키는 수단으로 쓴 사례로 2009년 열병식을 언급한다. 책은 근현대 중국 성장의 추동력인 민족주의의 실체를 밝힌다. 중국 공산당은 아편전쟁부터 일본 제국주의에 짓밟힌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치욕의 세기'를 활용해 민족주의 확산을 도모했다. 저자는 중국을 이해하는 열쇳말로 '역사적 기억'을 강조한다. '조작된 역사의식'이 공교육을 통해 제도화되면서 중국의 정치 담론과 외교 정책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덩샤오핑 시대인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민심의 반발로 일어났다. 이에 공산당은 1990년대부터 애국 교육을 강화했다. 역사 교과서를 다시 쓰고, 굴욕의 역사를 알리는 박물관을 전국에 지었다. 곳곳에 '나라의 치욕을 잊지 말자'는 뜻의 '물망국치(勿忘國恥)'가 새겨졌다. 그 결과 강력한 민족주의로 무장하고 서구에 적대감을 보이는 청년 세대가 등장했다.

저자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어야 하는지를 선택하는 '역사적 기억'이 정치적 힘을 유지하게 하는 효과적 도구임을 강조한다. 요즘 한국 정치권에 역사 논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같을 것이다.

국치를 잊지 말라·왕정 지·피경훈 옮·여문책 발·448·3만 원

국치를 잊지 말라·왕정 지·피경훈 옮·여문책 발·448·3만 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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