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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SAF 가격 부담 낮추고, 국내 공급 물량 늘려야"

입력
2024.09.02 07:00
수정
2024.09.02 18: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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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일부 시행 중, 큰 영향 없을 것"
"가격부담, 항공료 인상 불가피" 지적 많아

대한항공 보잉 777F 화물기에 2023년 9월 5일 지속가능항공유(SAF)가 급유되는 모습. GS칼텍스 제공

대한항공 보잉 777F 화물기에 2023년 9월 5일 지속가능항공유(SAF)가 급유되는 모습. GS칼텍스 제공


지속가능항공유(SAF·Sustainable Aviation Fuel) 도입 확대를 놓고 항공업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기업 규모가 크고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준비한 회사들은 느긋한 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항공사는 감당하기에 너무 큰 숙제로 받아들이며 애태우는 모습이다.

국내 최대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국내에도 취항하는 대형 외항사는 이를 예고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10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총회에서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를 2027년부터 의무화하기로 결의했고 우리나라도 참여했다. 2050년까지 연료 효율을 연 2%씩 개선해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게 목표다.

대한항공은 SAF 도입을 일부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가 2022년 항공유의 SAF 혼합 비율을 1%로 의무화해서 파리를 출발해 국내로 들어오는 항공기는 이를 따르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대한항공 화물기도 현지 규제에 따라 항공유에 SAF를 각각 0.5%, 1% 섞는다.

대한항공은 GS칼텍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지난해 9~11월 총 여섯 차례 SAF 실증 운항도 했다. 대한항공은 "SAF가 기존 항공유와 물성(物性)이 유사해 급유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이 회사는 8월 30일부터 인천공항을 출발해 일본 하네다공항으로 가는 항공편(KE719)에도 에쓰오일과 SK에너지가 생산하는 SAF를 1% 혼합한다. 대한항공 측은 "유럽 일부 노선에서 SAF를 써왔고 내년부터 확대가 예고돼 정부 발표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며 "당분간 의무 사용 비율이 아주 높지 않은데다 항공료 가격 결정 요인에는 전체 유가, 항공기 구매·임대비, 인건비, 환율, 금리 등의 비중도 커 당장 항공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EU)은 항공산업의 탈탄소 규제 차원에서 2025년부터 27개 회원국 내 모든 공항에서 이륙하는 항공기에 SAF를 연료의 2% 이상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 비율은 2030년엔 6%, 2050년에는 70%로 올라간다. 미국도 2050년까지 항공유 100%를 SAF로 충당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SAF 물량 확보 준비도 해왔다. 대한항공은 2022년 정유사 쉘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26년부터 아시아·태평양·중동 노선에서 SAF를 공급 받기로 했다.

국내에 취항하는 에어프랑스-KLM그룹은 운항 중인 모든 항공편 연료에 1%의 SAF를 섞어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2030년까지 10%로 끌어올리기 위해 정유사 DG 퓨얼즈가 미국에 세울 예정인 SAF 생산 시설에 470만 달러(약 61억 원)를 투자해 물량도 확보하기로 했다. 하와이안항공도 2030년까지 항공유의 10%를 SAF로 대체할 계획이며 2029년부터 5년 동안 정유사 제보(GEVO)에서 SAF 5,000만 갤런을 사기로 했다.



"SAF가, 등유 2~5배 수준인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항공사는 SAF 사용 확대에 당혹감을 드러낸다. 특히 8월 30일부터 SAF 1% 혼합을 자율시행하기로 한 일본 노선의 운항 비중이 큰 저비용항공사(LCC)의 우려가 크다. SAF 가격 부담을 줄이지 않으면 결국 항공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걱정까지 나온다. A항공사 측은 "SAF는 의무 사용 비율이 낮다고 해도 고가라서 부담"이라며 "항공료가 올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B항공사 측도 "항공유는 항공사 영업비의 30% 정도를 차지해 SAF 혼합 비중이 높아질수록 항공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은 "SAF 확대를 위해서는 일반 항공유(등유)의 2~5배 수준인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며 "국내에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할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국내 정유사가 SAF를 대량 생산해야 가능하다. 이같이 부담이 큰 SAF 사용 비율을 높이려면 정부가 세제 감면 혜택을 주고 물량 확보를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은 항공사가 SAF를 쓸 경우 받는 인센티브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2030년까지는 항공유 수요의 10%를 SAF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운 미국은 지난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SAF를 생산·사용·판매하면 갤런당 1.25~1.75달러의 세액 공제를 주기로 했다. 일본은 2030년까지 항공유의 10%를 SAF로 대체한다는 정책 목표를 세우고 '그린 이노베이션' 기금으로 정유사 이데미츠코산의 SAF 제조 설비에 292억 엔(약 2,570억 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10년 동안 리터(L)당 270원의 세액 공제 혜택도 주기로 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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