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계곡살인' 피해자의 이은해 딸 입양 "무효"... 유족 승소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가 2022년 4월 16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거액의 보험금을 노려 사실혼 관계의 남편을 숨지게 한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 피해자 윤모씨가 가해자 이은해의 딸을 입양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수원가정법원 가사4단독 양우진 부장판사는 28일 윤씨(사망 당시 39세)의 유족이 이씨의 딸 A양을 상대로 제기한 입양 무효 소송에서 “2018년 수원시 영통구청장에게 신고한 입양을 무효로 한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앞서 인천지검은 2022년 5월 이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해 재판에 넘기면서 이씨가 낳은 딸이 피해자 윤씨의 양자로 입양된 것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도 “피해자 윤씨의 양자로 입양된 이씨의 딸과 관련한 가족관계 등록사항을 정리해 달라”며 직접 입양 무효 소송을 냈다. 유가족 측은 “이씨는 2017년 3월 윤씨와 결혼한 뒤 이듬해 6월 딸(2011년 출산)을 윤씨의 양자로 입양했다”며 “하지만 애초 이씨는 고인과 혼인할 의사 자체가 없었고, 혼인 생활을 실질적으로 했다는 내용이 전혀 없어 둘 사이의 법률적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실제로 고인의 유족과 이씨의 딸은 서로 교류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 역시 이씨와 결혼한 이후에도 사망 전까지 수원에 있는 한 연립주택 지하 방에서 혼자 지냈다.

이날 법정에 나온 윤씨의 매형 박모씨는 취재진에게 “장인어른이 아들(윤씨)을 잃은 직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셔서 암에 걸리셨고 (이씨 살인사건 재판)판결을 기다리시다가 최근에 돌아가셨다”며 “그래도 판결 소식을 전하러 주말에 뵈러 가겠다”고 말했다.

‘계곡 살인 사건’은 이씨가 공범인 내연남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윤씨에게 구조장비 없이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뛰어들어 숨지게 한 사건이다. 윤씨 명의의 생명보험금 8억 원을 노리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씨와 조현수는 대법원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형이 확정됐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