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금융위, "시장 지표금리 CD 대신 '코파'로 사용해야"

"호가로 조성되는 CD금리보다
예측가능성, 투명성 높아 적극 권고"

이창용(왼쪽) 한국은행 총재와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내 무위험지표금리(KOFR·코파)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 및 향후 추진 방향' 정책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이 한국 무위험지표금리(KOFR·코파)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호가가 아닌 실거래를 바탕으로 책정된 지표(준거)금리를 시장 참가자가 사용하도록 유도해, 국내 시장의 예측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한은과 금융위원회는 28일 한은과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국내 무위험지표금리 활성화를 위한 주요 과제 및 향후 추진 방향' 정책 회의에서 금융기관에 "파생상품 및 현물시장에서 지표금리로 코파를 우선 활용할 것을 적극 권고한다"고 공표했다.

여기엔 코파가 2021년 11월 산출·공표되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대부분 금융 거래가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를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공대희 한은 금융시장국 공개시장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CD금리는 거래자들의 호가에 기반해 산정되기 때문에 담합, 조작의 개연성이 크다. 과거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담합 조사를 했을 정도"라고 밝혔다.

선진국은 '런던은행 간 금리(LIBOR·리보금리) 담합 사태' 이후 실거래에 기반한 초단기 금리를 바탕으로 산출한 새로운 지표금리를 쓰고 있다. 일부 대형 은행이 평상시에는 리보금리를 낮게 불러 거래 비용을 낮추고, 대출을 내줄 때는 호가를 높게 부르는 식으로 금융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코파 역시 국채, 통안증권을 담보로 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 ¹금리를 기초로 산출한, 초단기 실거래 기반 금리다.

지표금리 전환을 위한 3단계 계획도 발표했다. ①기술적 기반 조성 ②기간별 코파 활용 목표치 제시 ③중요 지표에서 CD금리 해제 등의 순서다. 한은은 각 금융기관 코파 이용도를 내년 7월 공개시장운영 대상 기관(한국은행RP 등을 사고파는 금융기관) 선정 때 반영할 방침이다.

한은은 코파 확대로 금융소비자 편익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 공 부장은 "CD금리는 통상 금리하락기에는 다른 단기금리보다 잘 안 내려가고, 금융 불안이 발생하거나 금융기관 필요에 따라 발행량이 늘면 급격하게 상승한다"고 부연했다. 국제 표준에 맞는 거래 관행이 정착되면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도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1 환매조건부채권(RP)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 금리를 더해 되사는 것을 조건으로 파는 채권. 콜과 함께 단기 자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대표적인 상품이다. 한국은행은 단기자금 조절을 위해 금융기관과 RP를 거래한다. 단기 유동성을 흡수해야 할 때는 RP를 팔아 각 금융기관이 보유한 국채, 지방채 등을 사오고, 이후 유동성이 조절되면 RP를 되사오는 식이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