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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희 좀 찾아주세요"… 25년간 딸 찾던 71세 아버지, 끝내 교통사고 사망

입력
2024.08.28 14:32
수정
2024.08.28 18: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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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실종된 딸 찾아 전국을 누벼
밥까지 굶으며 '송혜희 현수막' 게시

2023년 10월 10일 실종자 송혜희씨를 찾는 현수막이 서울 남산 케이블카 주차장 인근 인도에 붙어 있다. 이영창 기자

2023년 10월 10일 실종자 송혜희씨를 찾는 현수막이 서울 남산 케이블카 주차장 인근 인도에 붙어 있다. 이영창 기자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

학교 갔다가 돌아오던 중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생업도 포기하며 전국 방방곡곡에 현수막을 붙여왔던 '송혜희 부친' 송길용씨가 끝내 딸을 만나지 못한 채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1세.

전국 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모임 나주봉 회장은 28일 "송씨가 26일 반대편에서 오는 화물차와 충돌하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딸이 실종된 지 25년 6개월 만이다. 송씨의 빈소는 경기 평택시 송탄제일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송씨의 딸 혜희(당시 17세)씨는 1999년 2월 13일 평택시의 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내린 뒤 실종됐다. 경찰은 납치 등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했지만, 결국 혜희씨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송씨는 딸의 실종 이후 혜희씨를 찾는 현수막을 전국 곳곳에 설치하며, 전국의 아동 보호 시설을 수소문하는 등 딸을 애타게 찾았다.

딸의 실종 이후로 송씨의 아내는 우울증을 앓다가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송씨는 2020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죽는 거 포기하고 혜희를 찾는 데 전념했다"며 "잊으려야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살아서 혜희를 보지 못하면 죽어도 저승에 가지 못할 것 같다"면서 "귀신이 되어서라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8일 오후 경기 평택시의 한 장례식장에 고 송길용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송씨는 1999년 당시 17세였던 딸 송혜희씨가 실종되자 이후 25년간 전국 곳곳에 현수막을 설치하며 딸을 찾다가 지난 26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김태연 기자

28일 오후 경기 평택시의 한 장례식장에 고 송길용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송씨는 1999년 당시 17세였던 딸 송혜희씨가 실종되자 이후 25년간 전국 곳곳에 현수막을 설치하며 딸을 찾다가 지난 26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김태연 기자

송씨는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에 따르면 송씨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병원 입원을 한 후, 23일 심근경색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퇴원했다. 유족들은 사망 당시 송씨가 운전 중 심장질환으로 인해 교통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원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송씨를 알고 지낸 지 20년이 된 나 회장은 송씨를 "자식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준 사람"이라고 기억했다. 나 회장은 "송씨가 평소에도 '제가 먼저 죽으면 혜희 좀 꼭 찾아주시고 저를 잘 거둬줘라'고 말을 했던 게 기억난다"며 "밥을 굶어도 현수막을 만들어 딸 생사 확인을 한 뒤에 눈을 감고 싶다는 송씨가 이렇게 세상을 떠나 너무 안타깝다"고 비통해했다.

오세운 기자
김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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