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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원전' 체코 수출 코앞에 두고...美 원전기업 "우리 허락 받아라"

입력
2024.08.28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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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웨스팅하우스, 체코 정부에 진정 제기
"우리 기술 써...허락 없이 수출할 수 없다"
한수원 "개량 거쳐 독자기술로 원전 탄생"
국제지침상, 美정부에 신고해야 수출 가능
신고 주체 '미국회사' 한정...한수원 반려돼
통상전문가 "美업체 태도 전환 이끌어내야"
정부·한수원, 웨스팅하우스 계속 접촉 중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산업부 간부들이 지난달 17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현지 발표 방송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산업부 간부들이 지난달 17일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현지 발표 방송을 보며 기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4조 원+α(알파)'짜리 체코 원자력발전소의 수출 최종 성사를 앞두고 '미국발 걸림돌'이 나타났다.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자신들 허락 없이는 한국이 체코에 원전을 수출할 수 없다며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했다. 체코에 지을 한국 원전이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졌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이 본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미국 측과 협상을 시도 중이다.


웨스팅하우스 "한수원, 제3자에게 원전 팔 수 없다"

안덕근(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월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안덕근(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월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웨스팅하우스는 26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체코전력공사(CEZ)가 한국수력원자력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해당 체코 신규 원전 사업에 입찰했다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에 밀렸다.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정부에 진정을 제기한 근거는 크게 세 가지다. ①한수원이 체코에 수출할 원전(APR1000)의 원천 기술이 자신들 것이고 ②한수원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원전을 제3자에게 팔거나 사용할 권리가 없고 ③따라서 이번 체코 수출처럼 제3자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웨스팅하우스의 '허락'이 필요하지만 한수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이다.

CEZ는 웨스팅하우스가 진정을 제기한 후, 대변인 발표를 통해 "입찰에서 떨어진 참가자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 대해 이의 제기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웨스팅하우스 기술로 시작...한수원 "개량 거치며 독자기술 구축"

그래픽=이지원 기자

그래픽=이지원 기자


웨스팅하우스의 주장을 살펴보면 체코에 수출하기로 한 원전의 원천 기술은 웨스팅하우스 것이 맞다. 1996년 한국형 표준원전(OPR1000)을 만들면서 미국 원전업체 ABB-CE의 'System80'을 기준으로 했고 웨스팅하우스가 2000년 ABB-CE사를 합병하면서 관련 기술 라이선스도 웨스팅하우스 것이 됐다.

한국은 OPR1000을 기반으로 개량 작업을 거쳐 'APR1400'을 탄생시켰고, 이보다 용량이 적은 게 이번에 체코로 수출할 'APR1000'이다. 굳이 연원을 따지자면 APR1000에는 현재 웨스팅하우스가 지닌 System80의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한수원을 상대로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동시에 대한상사중재원 국제중재센터에서도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한수원은 "APR1400, 1000 모두 개량 과정을 거치며 한국의 독자 기술로 개발한 원전"이라고 맞서고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에너지부에 신고해줘야 한다

체코 두코바니에서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체코 두코바니에서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더 큰 문제는 수출 절차다. 1995년 한국도 회원국으로 참여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상 미국 원전 기술에 기반을 둔 원전은 미국 에너지부의 수출 통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체코처럼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맺은 나라로 수출할 때는 '신고만 하면' 된다. 다만 신고 주체는 기술을 가진 미국 기업이어야 한다. 실제 2022년 11월 한수원이 체코 원전 사업 입찰 관련 서류를 냈는데 미국 에너지부는 "관련 규정에 따라 신고서는 미국 법인이 제출해야 한다"며 돌려보냈다. 웨스팅하우스는 이 지점에서 버티고 서서 신고를 해주지 않고 있다.

수출 및 통상 전문가들은 웨스팅하우스의 문제 제기가 체코 원전 본 계약 성사에 위험 요소가 됐다고 분석한다. 정부에서 통상 업무를 맡은 적 있는 한 변호사는 "웨스팅하우스가 신고해 주지 않으면 수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체코가 아무리 한국 원전을 쓰고 싶어도 미국의 결정을 애써 무시하면서까지 진행시키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입장에선 웨스팅하우스의 태도 전환을 이끌어내야 한다"며 "결국 지식재산권 사용에 대한 로열티를 내는 등의 방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한수원, 웨스팅하우스 계속 접촉 중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미국을 방문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특파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정부는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 초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황주호 한수원 사장 등이 미국에 가 협상을 시도했다. 이후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정부에 진정을 제기해 해당 협상에선 유의미한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부와 한수원은 현재 여러 측면을 고려해 웨스팅하우스와 접촉하고 있다. 한수원은 "기존 소송과 분쟁 절차도 성실히 수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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