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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 발사체 50억, 소행성 탐사 0원... 우주청, 예산 늘지만 차별화 임무는 아직

입력
2024.08.28 15:26
수정
2024.08.2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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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 내년 예산 9649억 편성
단독 신규 사업은 재사용 발사체뿐
'아포피스' 독자 탐사는 사실상 좌절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우주항공청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우주항공청의 역할'을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우주항공청이 내년도 예산을 9,649억 원 규모로 편성했다. 올해 예산(7,598억 원) 대비 27% 늘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달 착륙선, 차세대 발사체 개발 등 기존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증액됐다. 우주항공청만의 특색이 담긴 신규 사업은 재사용 발사체에 그쳤고, 기대를 모았던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는 예산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우주항공청은 28일 이같이 밝히면서 내년 예산을 △우주수송 역량 확대 및 경제성 혁신 △첨단 위성 개발 △달 착륙선 본격 개발 및 국제 거대전파망원경 건설 참여 △첨단 항공산업 주도권 확보 △민간 중심 산업 생태계 조성의 5개 분야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예산 제출 시기상 정책 충분히 반영 못 해"

우주항공청만의 차별화한 임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개청 전부터 계속돼왔다. 그런데 내년 예산이 배정된 사업 중 눈에 띄는 새로운 건 50억 원 규모의 '혁신형 재사용 발사체 선행기술 개발'뿐이다. 발사체 기술의 핵심인 엔진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재사용 기술 개발의 첫발을 뗄 수 있는 만큼 의미가 적지 않지만, 우주기술 분야에서 한국을 브랜딩하기엔 선진국과 격차가 너무 크다.

예산 증액분의 상당 부분은 개청 이전부터 장기간 기획돼온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결과다. 수백억 원 규모의 증액이 이뤄진 사업은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1,478억 원(증액 541억 원) △차세대 발사체 개발 1,508억 원(407억 원) △달 착륙선 개발 450억 원(410억 원) △우주산업 클러스터 삼각체제 구축 230억 원(130억 원) 등이다.

새로 예산을 받은 천리안 위성 5호 개발(50억 원)과 국제거대전파망원경 건설(20억 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산업통상자원부 시절부터 준비해왔던 것이다. 올해 대다수 사업이 종료된 항공산업 분야는 예산이 612억 원에서 405억 원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우주항공청은 예산요구안 제출 시기가 개청과 맞물린 탓에 과기정통부와 산자부가 주도해 예산안을 마련한 뒤 우주항공청 정책 방향 일부를 뒤늦게 반영할 수밖에 없었던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럽, 일본과 아포피스 탐사 협의 중"

경남 사천시에 있는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전경. 사천시 제공

경남 사천시에 있는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전경. 사천시 제공

우주항공청이 주요 미션으로 제시했던 아포피스 탐사는 예산안에서 제외됐다. 아포피스는 지름 370m 소행성으로, 2029년 4월 지구에서 3만2,000㎞까지 가까워진다. 한국천문연구원이 우리나라 첫 독자 탐사 소행성으로 아포피스를 제안했는데, 2022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다.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결국 예산 '0원'으로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주항공청은 적은 예산으로 아포피스 탐사에 참여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주항공청 관계자는 "독자적으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한다기보다 국제 협력을 통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유럽, 일본 등과 어떻게 역할을 나눌지 협의 중이며, (이를 토대로) 추후 예산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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