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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청정국에서 오염국이 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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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0일, 해양경찰청 소속 마약전문수사관들이 마약제조 및 밀매 혐의로 캐나다인 A씨를 체포했다. 국내에 은밀하게 유통 중인 마약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코카인을 국내로 들여온 A씨의 혐의를 알게 된 것이다. 수사과정에서 경악할 내용들이 속속 나왔는데, 미국의 범죄영화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수준의 마약 제조, 유통과정을 A씨가 국내에서 자행했기 때문이다.
우선 A씨는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조직범죄단의 상급 간부였으며, 국내에 코카인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소비처로서 좋은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코카인을 국내에 들여오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세관 적발을 피하기 위해 액상 코카인을 국제화물로 위장해 반입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가루 형태의 코카인이 아닌 액상 코카인 반입을 선택하게 된 것은 마약탐지견이 액상 코카인을 제대로 적발하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실제로 A씨는 액상 코카인을 컨테이너를 통해 국내로 반입하는 데 성공했으며, 강원도의 외진 지역에 공장을 별도로 만들어 가루 형태의 소비용 코카인으로 재가공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무려 60㎏이나 되는 코카인이 국내에서 재가공됐으며, 이 양은 무려 2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었다. 이와 같은 대규모의 마약 밀수 및 재가공 유통은 우리 사회의 마약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마약문제에 있어서만은 청정지역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통제와 감시, 단속이 잘 이뤄지는 국가였다. 국내에서 불법총기류 관리가 잘되는 것만큼 마약에 대한 관리통제도 잘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아시아 지역에서 흔치 않은 마약청정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었지만 지금은 마약 오염국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각한 마약확산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마약정책이 국가의 주요정책 중 하나로 설정돼 있는 미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신종마약이 계속 출현하면서 일반 시민들의 피해는 물론 사회의 건전성이나 안전성에 심각한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말기 암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에서 개발된 펜타닐(Fentanyl) 오남용으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약 6년간 미국 내에서 사망한 사람의 숫자가 무려 20만9,491명이라는 발표(Families Against Fentanyl)만 보더라도 전쟁 수준의 희생자를 만드는 마약의 실상을 체감하게 해준다.
국내에서는 강남의 유흥가 일대에서 남용되던 마약은 이제 중고생, 주부, 노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마약문제만을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국가기관의 설립이 이제는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미국의 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와 같은 마약청을 별도로 만들어 이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마약중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치료를 받고자 요청하면 이들에 대해 무상으로 치료해줄 수 있는 마약치료 전문병원의 설립에도 국가가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마약의 제조, 밀반입, 유통 등에 대한 처벌을 훨씬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재범을 막기 위한 다양한 의료 및 심리상담, 사회적응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마약이 일반 국민들에게 더 이상 확산하지 않도록 적극적,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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