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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조각 수박' 인기 뒤엔···머리카락 한 올 허용 않은 칼 같은 관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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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찾은 경기 이천시 이마트 후레쉬센터의 조각 과일 작업장은 반도체 생산 라인을 방불케 했다. 위생복을 입고 위생모와 위생 덧신을 착용한 뒤 에어 샤워실에서 강한 바람으로 작은 먼지까지 털어낸 뒤에야 작업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준 상품팀장은 "조각 과일은 세척 없이 고객이 바로 먹는 제품이라 위생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작업장 온도도 미생물 번식을 막기 위해 10도로 맞춰져 있다.
이곳에서는 조각 수박 가공 작업이 한창이었다. 시작은 세척. 스테인리스 세척기에 수박 여덟 통이 담겼다. 치아염소산나트륨으로 수박 껍질에 붙은 세균 등을 없앤 다음 물로 헹궜다. 자동으로 도는 기계에 수박을 올린 뒤 작업자가 껍질을 깎았다. 금세 수박이 빨간 속살을 드러냈다. 또 다른 작업자가 이를 큼지막하게 몇 차례 자른 뒤 기계에 넣으면 한 입 크기의 큐브(cube·정육면체) 형태로 수박이 잘려 나왔다. 그러면 마지막 작업자들이 수박을 플라스틱 통에 담아 포장했다.
이런 세척→탈피→절단→포장을 거쳐 9kg 수박이 8개 팩으로 쪼개졌다. 제품 한 팩당 600g이니 실제 제품화된 수박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껍질, 비(非)큐브 조각은 모두 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루 수박 500여 통이 들어와 수천여 개 제품 팩으로 가공돼 다음 날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창고형 할인점), 이마트 에브리데이(슈퍼마켓)에 보내진다. 가격은 한 팩당 7,980원. 이준 팀장은 "이날 만든 제품이 다음 날 점포에 도착하면 이튿날 오전까지 팔고 나머지는 폐기한다"며 "법적 기한은 5일이지만 자체적으로 훨씬 엄격한 위생 기준을 운용하고 있다"고 했다. 조각 수박 제품을 점포에 보낼 때 쓰는 보랭백도 세척, 소독, 건조 과정을 거쳐 재사용한다.
현재 대형마트 중 조각 과일을 직접 가공하는 곳은 이마트가 유일하다. 원래 이마트도 외부 업체에 맡겼지만 제품마다 품질이 들쭉날쭉하거나 위생 문제가 생기는 등 고객 클레임(항의)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수년에 걸쳐 설비 구축 및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인증을 통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직영 체제를 가동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위생 기준도 엄격하고 인력도 많이 필요해 조각 과일 공정을 운영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마트는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과감히 투자했다. 보통 수박 한 통은 3, 4인 가구도 한 번에 먹기 힘들다. 그렇다고 남은 수박을 냉장고에 넣어 다음 날 먹자니 변할까 걱정이다. 2015년 수박을 절단 후 랩에 싸서 보관하면 세균이 최대 3,000배 증식할 수 있다는 한국소비자원 검사 결과도 있다. 손질 과정에서 나오는 껍질 등 음식물 쓰레기도 처리가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단위당 가격은 수박보다 비싸지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조각 수박을 찾고 있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물론 편리하다고만 해서 소비자들이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 맛도 꼼꼼히 챙긴다. 이날 작업장에서 조각 수박을 무작위로 집어 당도 검사를 해보니 11브릭스(Brix·물 100g에 녹아 있는 당의 g수)로 나왔다. 11브릭스 이상은 고당도 수박으로 분류된다. 이런 무작위 샘플 당도 점검은 하루에 세 차례 진행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준점을 11브릭스 정도로 잡는데 이보다 떨어지면 수박 매입 농가를 변경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이마트의 전체 조각 과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22년 14.7%, 2023년 8.7%, 올해 상반기 23.6%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현재 후레쉬센터에서 직접 가공하는 조각 과일은 수박, 멜론이다. 보통 수박은 하우스 재배 물량이 나오는 4월부터 조각 작업을 시작해 8월 말쯤 끝난다. 이후 조각 멜론 제품이 11월까지 이마트 각 점포의 매대를 장식하게 된다. 이마트는 앞으로 직영 조각 과일 라인업을 현재 배, 파인애플 등으로 하나둘씩 늘려갈 방침이다. 또 사과, 방울토마토 등 여러 가지 과일을 한 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컵에 담은 '컵과일' 제품도 직접 생산해 이마트24 편의점에 공급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1, 2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조각 과일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트레이더스는 대용량, 에브리데이는 중간, 이마트24는 소용량 등 점포 특성에 맞춰 조각 과일 제품을 세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다양한 조각 과일 실험, 도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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