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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이모님'에게 238만 원 주는 한국은 '국제 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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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는 월 40만 원이면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쓴다는데, 한국은 238만 원이라니 국제 호구 납셨다."
이용 요금을 두고서 논란이 뜨거운 '외국인 가사관리사' 정책 관련 기사에 항상 달리는 댓글이다. 싱가포르 대비 '6배'나 값을 쳐서 인력을 들여왔으니 '밑지는 장사'라는 게 골자인데, 타당한 비판일까.
시범사업 계획과 해외 자료를 종합할 때 필리핀 돌봄노동자 입장에서 한국이 홍콩·싱가포르보다 '좋은 노동 환경'일 수 있지만 이용료 6배 차이는 사실이 아니다. 실제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서 벌어갈 수 있는 여윳돈은 홍콩·싱가포르 대비 1.5~2배일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국내 시범사업에서 이용자는 하루 8시간 기준 238만 원을 내야 하는데, 외국인 노동자 몫은 최저임금법에 따른 206만 원이다. 나머지는 4대 보험료와 관리비 등이다. 이 금액도 "시범사업이라 중개업체 중간 마진은 거의 없다"는 전언이다. 향후 사업이 본격화되고 최저임금 적용 기조가 유지되면, 이용 금액이 더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다만 월 206만 원은 '일감이 있다'는 전제하의 얘기다. 6개월 시범사업 동안 중개업체는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주 최소 30시간' 근로를 보장해야 한다. 달리 말해 적으면 월 154만 원 정도 벌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주거비, 식비, 교통비 등은 전부 자부담이다. 이용자 가구에서 주거, 식대, 의료비와 본국 방문 항공권도 제공하는 홍콩과 달리 한국은 '월급이 끝'인 것이다.
이들이 머물 서울 강남구 역삼역 주변 3.3㎡(약 1평) 규모 숙소 시세는 월 50만 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식비와 교통비, 생활비를 고려할 시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생활비는 월 1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본보 인터뷰에서 '번 돈의 3분의 1 이상 본국 가족들에게 송금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것을 봐도 많으면 100만 원 정도, 적게는 50만 원 남짓 여윳돈을 남길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기사 : 한국 온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호소 "가정부 아닌 '돌봄 도우미'예요")
홍콩·싱가포르는 이용자 부담이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식대, 의료비, 중개업체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을 고려하면 '월 100만 원' 정도가 들고 주거도 제공해야 한다. 홍콩 정부에 따르면 현지 외국인 가사도우미 최저임금은 올해 4,870홍콩달러(약 83만 원)이고, 별도로 매달 1,236홍콩달러(약 21만 원)를 식대로 지급하거나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 가사도우미가 아플 경우 의료비 지원, 본국 방문 항공비 등도 추가로 든다.
싱가포르 DBS 은행에 따르면 현지 외국인 가사도우미 임금 수준은 국적에 따라 480~700싱가포르달러(약 48만~71만 원)로 나뉘고, 영어가 가능한 필리핀 노동자가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싱가포르도 건강검진, 보험료, 생활비 등 부대비용을 고려할 때 연간 1,000만 원에서 1,300만 원 정도를 지출해야 한다.
김현철 홍콩과학기술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해 7월 토론회에서 밝힌 '홍콩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 운영 현황'에 따르면 현지 가사도우미들은 월평균 110만 원을 벌어 절반인 50만 원 정도를 본국에 송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국에서 홍콩 대비 1.5배, 라면 먹고 아끼며 생활하면 2배 정도 남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노동자 평균 월급이 2022년 기준 1만8,423페소(약 43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큰 액수다. 한국은 '출퇴근형'이라는 점에서 이용자 가정에 상주하며 가사노동을 도맡는 홍콩·싱가포르 모델보다 노동 강도도 덜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외국인 돌봄노동자 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는 계속될 수 있다. 다만 외국인 또는 돌봄 산업에 국한된 최저임금 미적용은 국내법과 국제기준 위배 가능성이 존재하는 데다, 법 개정이 필요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싼값'에 도입하는 데만 정책 목표가 집중될 경우 ①불법체류자 양산 ②돌봄 일자리 황폐화 ③외국 인력 확보 어려움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줄곧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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