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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견딜 만한 여름'은 없다... "2030년대부턴 '매년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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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기온 상승이 지구 온난화라는 추세를 벗어난 후부터는 정말 '무서운 여름들'이 나타날 수 있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기후전문가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 지구환경공학부 교수의 경고다. 윤 교수는 최근 미국 유타주립대와 공동 연구 결과 2030년대 이후에는 매년 여름이 평년보다 더운, 폭염이 일상화된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반도의 여름철 평균 온도 상승세가 지구 온난화로 유발되는 자연적인 기후 변동성을 넘어서게 되는 시점이 임박한 것이다.
윤 교수는 2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여름 온도는 일반적으로 어느 해는 더 더웠다가 다른 해는 덜 더운 현상을 반복하면서 지구 온난화에 의해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2018년에 1994년의 폭염 기록을 다 경신하긴 했으나, 여전히 이 같은 추세 범위 안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 따르면 2030년대 이후부터는 여름철 기온 상승 추세가 워낙 강해져,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던 범위를 넘어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평년 기온보다 더운 여름'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확률적으로는 올여름철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약 33%, 낮을 확률이 33%, 비슷할 확률이 33%여야 하는데, 낮을 확률이 0%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올해 폭염은 중간 평가를 내릴 만한 공식적 데이터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서울의 열대야 기록이 2018년(26일)을 넘어서는 등 일부 지표는 이미 경신되고 있고, 올여름도 2018년에 근접한 수준의 폭염으로 평가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온열질환자 역시 3,000여 명을 넘어서 종전 2위(2023년 2,818명)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때문에 폭염을 보다 적극적으로 '재난'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정책적 대안을 모색, 향후 벌어질 '폭염의 일상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2018년 폭염 이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포함돼 매년 범부처 폭염 종합대책이 나오고는 있으나, 아직까지는 태풍이나 호우 수준의 행정력이 투입되지 않고 개개인의 의지에 기대는 행동요령 수준의 대책 위주라는 평가다.
우선 폭염이 특정 계층과 지역사회에 더 큰 피해를 초래한다는 특성을 감안해 폭염 예보나 대응책을 더 세분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2018년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의뢰로 '폭염건강피해백서'를 작성했던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018년 이후 달라진 점은 코로나 팬데믹 후 배달 노동자 등 폭염에도 야외에서 일을 해야만 하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기업을 불편하게 만들더라도 이런 노동자들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교수도 "올해 광주 지역에서 발생한 폭염 피해가 지역사회의 특성을 잘 드러낸 경우"라면서 "온열질환에 취약한 노령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이나 외곽으로 밀려난 축사, 양계장 등에서 가축 폐사 피해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선 보다 수요자 중심의 구체적인 예보와 그에 맞는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도시 지역과 도시가 아닌 지역에 대한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고, 도시 지역은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시 폭염은 여름철 기온 상승뿐 아니라 △콘크리트 등 인공 지표의 열 방출 △냉방 △자동차의 열 방출 등에 따른 열섬 현상으로 더위가 가중되기 때문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우리나라는 지구 온난화뿐만 아니라 도시화로 인한 폭염이 굉장히 심한 경우"라면서 "녹지화만 충분해도 폭염 피해를 어느 정도 경감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나 건물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이윤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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