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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국가세력과 싸우자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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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파이터 본능이 되살아났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국가세력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며 항전의지를 촉구했다. 검은 선동세력이라는 말도 나왔다. 북한이 넘볼 수 없는 체제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내팽개쳤다. 자유와 민주의 가치를 뒷받침하는 다양성과 존중의 정신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빛과 어둠, 선과 악의 잣대를 들이댔다. 감히 흉내 내기 버거운 지독한 흑백논리다.
반국가세력은 정체가 모호하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따르면 협치가 불가능한 주사파, 종전선언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무리, 선전 선동으로 국론 분열을 꾀하는 자들이다.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단체’를 훨씬 넘어선다.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취임 5개월 만에 반국가세력을 저격하는 격문을 띄웠다. 벌써 2년이 다 돼 간다. 이후 잊을 만하면 여론을 둘로 갈랐다.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 으레 언급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대통령이 반복해 경고하는데도 대한민국을 뒤흔들 만한 위협이 아직 똬리를 틀고 있다면 정부가 무능하다고 실토하는 셈이다. 이런 정부를 신뢰하긴 어렵다.
윤 대통령은 대체 누구와 싸우고 있나. 반국가세력을 둘러싼 해석이 꼬리를 문다. 국민을 상대로 고약한 스무고개 놀이를 하는 격이다.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 계엄령과 친일 프레임으로 부풀려 맞받아쳤다. 대통령의 말이 통합의 밑거름은커녕 갈등을 조장하는 빌미가 됐다. 그렇다면 아예 꺼내지 말았어야 한다. 서로 물고 뜯다가 아니면 말고 식의 소모전은 지겹도록 봐 왔다.
불필요한 논란에 새 통일구상도 힘이 빠졌다. 북한 주민들이 자유 통일을 강력히 열망하도록 변화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김정은 체제의 반발이 뻔한데도 저들의 폐부를 거침없이 찔렀다. 그러면서 주적인 북한 당국에는 대화 협의체를 제안하며 뒷구멍을 열어줬다. 북한이 제아무리 핵과 미사일로 남한을 겨눠도 체제와 이념 대결은 끝났다고 못 박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반도의 승자가 분명해졌다.
하지만 시선을 안으로 돌리면 불안감이 여전하다. 북한을 상대할 때 뽐내던 자신감이 보이지 않는다. 반국가세력을 거듭 소환해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조급하다. 밖으로는 통일을 하자면서 이분법에 사로잡혀 우리끼리 편을 나누고 있다. 심각한 이율배반이다. 혹여 정부 정책이나 대통령의 신념에 반대하는 주장과 논리를 반국가세력의 증거로 착각한다면 큰일이다. 반정부와 반국가는 엄연히 다르다.
뒤늦게 대통령실이 답을 내놨다.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헌법에 위배되는 세력’이라고. 설명이 군색하다. 반국가단체의 수괴인 북한을 이미 압도하는 마당에 두루뭉술하게 반국가세력이라며 국민정서를 자극하는 건 반감을 부추길 뿐이다. 분단 70년을 지탱해 온 군인의 대적관과 국민의 안보의식을 차분하게 점검하면 그만이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면서 헌법 운운하는 것도 어색하다.
불과 0.73%포인트 득표율 차로 당선된 대통령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의 설득과 타협이 먼저다. 돌아가더라도 윤 대통령이 줄곧 외쳐온 자유민주주의는 그래서 강한 체제다. 무 자르듯 친국가세력과 반국가세력으로 쪼갤 일이 아니다. 언제까지 내부의 적을 때려잡느라 시간을 허비할 건가. 5년 임기의 절반이 곧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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