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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시효' 늘린 대법 판결 파급효과... 강제징용 피해자 또 승소

입력
2024.08.22 16:20
수정
2024.08.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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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자 유족, 일본제철에 승소
2012→2018년으로 기준 바꾼 덕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다빈 기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다빈 기자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 청구 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1심에서 패소했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유족이 2심에선 승소하며 위자료를 받게 됐다. 지난해 소멸시효 기준 시점을 달리 판단한 대법원 판례가 나오면서, 피해자 패소 판단을 했던 1심 판결들이 항소심에 잇달아 뒤집히고 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2부(부장 지상목)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정모씨 유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일본제철은 총 1억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일부 지연손해금을 제외한 사실상 청구액 전액을 인용했다.

같은 법원 민사항소7-1부(부장 김연화)도 이날 피해자 민모씨 유족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일본제철이 유족들에게 청구액 1억 원 중 약 8,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정씨 자녀들은 "부친이 1938년 일본 해군 군무원으로 강제동원돼 1940~1942년 일본 이와테현 제철소에서 일했다"며 2019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1942년 2월 일본제철의 가마이시 제철소에 끌려가 강제노역에 동원됐다가 그해 7월 도망 나온 민씨의 자녀들도 비슷한 시기 소송을 걸었다.

앞서 두 사건 1심 재판부 모두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피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행사하지 않으면 없어지는데, 사건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대법원이 지난해 12월 "2018년 전엔 사실상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청구권 소멸시효 기준을 재정립하면서 유족 측에 유리해졌다. 기준일은 강제동원 사건 관련 "개인청구권은 한일협정청구권으로 소멸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내려진 2012년 5월이 아니라, 파기환송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판결이 최종 확정된 2018년 10월이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두 재판부 판단도 지난해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같은 법원 민사항소12-2부(부장 김현미)도 6월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이 구마가이구미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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