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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지능’ 신진서, 세계 메이저 타이틀 ’란커배’ 품었다

입력
2024.08.21 18:14
수정
2024.08.21 21:48
21면

지난해 맞대결했던 중국 구쯔하오에 완승
최근 우려됐던 ‘슬럼프’ 가능성도 희석
세계 메이저 우승컵 총 7개…현재권력 재확인

신진서(오른쪽) 9단이 21일 중국 저장성에서 열린 ‘제2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우승상금 180만 위안·약 3억4,000만 원) 결승 2국에서 중국의 최정상급 기사인 구쯔하오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3번기(3전2선승제)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선 신 9단이 2연승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한국기원 제공

신진서(오른쪽) 9단이 21일 중국 저장성에서 열린 ‘제2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우승상금 180만 위안·약 3억4,000만 원) 결승 2국에서 중국의 최정상급 기사인 구쯔하오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3번기(3전2선승제)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선 신 9단이 2연승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한국기원 제공

‘신공지능’에게 두 번의 오류는 불허됐다. 인공지능(AI)과 가장 유사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신공지능’답게 그의 정교한 반상(盤上) 행마는 1년 전 당했던 패배를 상대에게 고스란히 돌려줬다. 세계 바둑 랭킹 1위인 한국의 신진서(24) 9단이 글로벌 메이저 기전인 ‘제2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우승상금 180만 위안, 약 3억4,000만 원) 결승에서 보여준 여정이다.

신 9단은 21일 중국 저장성에서 열린 ‘제2회 란커배’ 결승 2국에서 중국의 최정상급 기사인 구쯔하오(26) 9단에게 191수 만에 항서를 받아냈다. 이에 따라 지난 19일 벌어졌던 1국에서 승리한 신 9단은 2연승으로 이번 제2회 란커배(3번기, 3판2선승제) 우승컵까지 수집했다.

흐름은 상변의 부분 접전에서 대세점을 찾아낸 이후부터 신 9단에게 기울었다. 실제로 이 시점부터 AI 승률 그래프도 80%대 안팎으로 신 9단의 우세를 점쳤다. 그사이 구쯔하오 9단은 상변과 우변에서 파생된 미생마 수습에 바빴고 신 9단은 주도권을 확보했다.

대국 도중 한때에는 위기도 찾아왔다. 막판 중앙 전투에서 신 9단의 무리수가 나오면서다. 하지만 초읽기에 내몰린 구쯔하오 9단의 실수가 이어졌고 분위기 반전엔 실패하면서 승리 또한 신 9단에게 헌납됐다. 이번 '제2회 란커배' 타이틀 획득으로 신 9단의 세계 메이저 기전 우승컵은 7개까지 늘었다.

신 9단에게 제2회 란커배의 비중은 상당했다. 당장 2회 연속 세계 메이저 기전 결승에서 동일한 상대에게 또다시 패할 경우 천하의 신 9단에겐 치욕적인 흑역사로 남을 게 뻔했다. 구쯔하오 9단은 지난해 벌어졌던 ‘제1회 란커배’ 결승전에서 1국을 신 9단에게 내줬음에도 2, 3국을 연거푸 가져가면서 우승까지 거머쥔 바 있다. 세계 바둑계의 현재권력인 신 9단이 구쯔하오 9단과 벌어진 이번 란커배 리턴매치에서 반드시 승리를 가져가야 할 이유였다.

신진서(24, 왼쪽) 9단이 21일 중국 저장성에서 열린 ‘제2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우승상금 180만 위안, 한화 약 3억4,000만 원) 결승 2국에서 중국의 최정상급 기사인 구쯔하오(26) 9단에게 승리한 직후, 양국 관계자들과 함께 복기를 벌이고 있다. 3번기(3전2선승제)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선 신 9단이 2연승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한국기원 제공

신진서(24, 왼쪽) 9단이 21일 중국 저장성에서 열린 ‘제2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우승상금 180만 위안, 한화 약 3억4,000만 원) 결승 2국에서 중국의 최정상급 기사인 구쯔하오(26) 9단에게 승리한 직후, 양국 관계자들과 함께 복기를 벌이고 있다. 3번기(3전2선승제)로 진행된 이번 대회에선 신 9단이 2연승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한국기원 제공

무엇보다 이번 ‘제2회 란커배’ 타이틀 획득과 더불어 그동안 바둑계 안팎에서 불거졌던 신 9단에 대한 불안감을 희석시켰단 부분도 긍정적이다. 순조로웠던 올해 출발과 달리, 신 9단의 최근 행보는 흔들렸던 게 사실이다. 1월부터 세계 메이저 기전인 ‘제28회 LG배 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 우승에 이어 2월엔 한중일 국가대항전인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우승상금 5억 원)에서 기적의 6연승과 함께 한국팀에 우승을 선물할 때까진 신 9단의 반상 행마는 완벽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졌던 3개(제29회 LG배·춘란배·응씨배)의 세계 메이저 본선에서 모두 탈락,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우려가 증폭됐다. 이달 초 열렸던 ‘제10회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우승상금 1억 원) 결승에선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대만의 라이쥔푸(22) 8단에게조차 발목이 잡혔다. 세계 바둑계의 현재권력으로서 군림해왔던 신 9단의 위상을 감안하면 굴욕적인 성적표였다. 신 9단이 이번 제2회 란커배 대국에 앞서 지인에게 “벼랑 끝에 몰려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하다”며 출사표를 ‘배수의 진’에 비유한 배경도 이런 까닭으로 읽혔다.

바둑TV 해설위원인 박정상(37) 9단은 “제2회 란커배 1, 2 대국을 돌이켜보면 신 9단의 노련한 반상 운영이 돋보였던 것 같다”며 “이번 대회 우승은 신 9단에겐 그동안 부진을 씻어낼 변곡점으로 작용하면서 ‘신진서 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허재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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