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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지능’ 신진서, 세계 메이저 타이틀 ’란커배’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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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지능’에게 두 번의 오류는 불허됐다. 인공지능(AI)과 가장 유사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신공지능’답게 그의 정교한 반상(盤上) 행마는 1년 전 당했던 패배를 상대에게 고스란히 돌려줬다. 세계 바둑 랭킹 1위인 한국의 신진서(24) 9단이 글로벌 메이저 기전인 ‘제2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우승상금 180만 위안, 약 3억4,000만 원) 결승에서 보여준 여정이다.
신 9단은 21일 중국 저장성에서 열린 ‘제2회 란커배’ 결승 2국에서 중국의 최정상급 기사인 구쯔하오(26) 9단에게 191수 만에 항서를 받아냈다. 이에 따라 지난 19일 벌어졌던 1국에서 승리한 신 9단은 2연승으로 이번 제2회 란커배(3번기, 3판2선승제) 우승컵까지 수집했다.
흐름은 상변의 부분 접전에서 대세점을 찾아낸 이후부터 신 9단에게 기울었다. 실제로 이 시점부터 AI 승률 그래프도 80%대 안팎으로 신 9단의 우세를 점쳤다. 그사이 구쯔하오 9단은 상변과 우변에서 파생된 미생마 수습에 바빴고 신 9단은 주도권을 확보했다.
대국 도중 한때에는 위기도 찾아왔다. 막판 중앙 전투에서 신 9단의 무리수가 나오면서다. 하지만 초읽기에 내몰린 구쯔하오 9단의 실수가 이어졌고 분위기 반전엔 실패하면서 승리 또한 신 9단에게 헌납됐다. 이번 '제2회 란커배' 타이틀 획득으로 신 9단의 세계 메이저 기전 우승컵은 7개까지 늘었다.
신 9단에게 제2회 란커배의 비중은 상당했다. 당장 2회 연속 세계 메이저 기전 결승에서 동일한 상대에게 또다시 패할 경우 천하의 신 9단에겐 치욕적인 흑역사로 남을 게 뻔했다. 구쯔하오 9단은 지난해 벌어졌던 ‘제1회 란커배’ 결승전에서 1국을 신 9단에게 내줬음에도 2, 3국을 연거푸 가져가면서 우승까지 거머쥔 바 있다. 세계 바둑계의 현재권력인 신 9단이 구쯔하오 9단과 벌어진 이번 란커배 리턴매치에서 반드시 승리를 가져가야 할 이유였다.
무엇보다 이번 ‘제2회 란커배’ 타이틀 획득과 더불어 그동안 바둑계 안팎에서 불거졌던 신 9단에 대한 불안감을 희석시켰단 부분도 긍정적이다. 순조로웠던 올해 출발과 달리, 신 9단의 최근 행보는 흔들렸던 게 사실이다. 1월부터 세계 메이저 기전인 ‘제28회 LG배 기왕전’(우승상금 3억 원) 우승에 이어 2월엔 한중일 국가대항전인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우승상금 5억 원)에서 기적의 6연승과 함께 한국팀에 우승을 선물할 때까진 신 9단의 반상 행마는 완벽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졌던 3개(제29회 LG배·춘란배·응씨배)의 세계 메이저 본선에서 모두 탈락, 결승 진출에 실패하면서 우려가 증폭됐다. 이달 초 열렸던 ‘제10회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우승상금 1억 원) 결승에선 한 수 아래로 평가됐던 대만의 라이쥔푸(22) 8단에게조차 발목이 잡혔다. 세계 바둑계의 현재권력으로서 군림해왔던 신 9단의 위상을 감안하면 굴욕적인 성적표였다. 신 9단이 이번 제2회 란커배 대국에 앞서 지인에게 “벼랑 끝에 몰려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하다”며 출사표를 ‘배수의 진’에 비유한 배경도 이런 까닭으로 읽혔다.
바둑TV 해설위원인 박정상(37) 9단은 “제2회 란커배 1, 2 대국을 돌이켜보면 신 9단의 노련한 반상 운영이 돋보였던 것 같다”며 “이번 대회 우승은 신 9단에겐 그동안 부진을 씻어낼 변곡점으로 작용하면서 ‘신진서 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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