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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아, 너 때문에 운다"... 구박 받는 매미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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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인간과 동물의 접점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갈등과 피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갈등의 배경 및 인간과 동물 모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여름의 전령사인 매미는 짧게는 3년, 길게는 17년까지 땅속에 있다 한 달가량 지상에서 사는 습성 때문인지 예전부터 문학의 단골 소재였다. 다산 정약용이 쓴 시 소서팔사(消暑八事·더위를 물리치는 여덟 가지 방법) 중 하나는 동림청선(東林聽蟬· 동쪽 숲에서 매미 소리 듣기)이었다. 심지어 조선시대 임금이 정사를 볼 때 쓰던 '익선관'과 신하들이 쓴 '오사모'는 매미의 날개를 본떠 만든 것으로 매미가 가진 다섯 가지 덕목을 갖추고 백성을 다스리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한다. 매미를 노래한 현대 시 중에서는 시인 안도현의 시 '사랑' 속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한때는 임금의 모자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귀하게 여겨졌던 매미가 현대 사회에 들어서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밤낮없이 쩌렁쩌렁 울어대는 소리 때문이다. "맴맴맴~", "치이이이~" 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치며 소음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특히 올해 미국에선 221년 만에 '브루드'(brood)라고 알려진 주기 매미인 13년 주기 매미와 17년 주기 매미가 한꺼번에 나타났다. 수조 마리의 매미 떼가 나타나 영화 '아마겟돈'에 비유되는 '매미겟돈' 현상이라고 불렸을 정도다.
전 세계 매미는 3,000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과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국내에는 2아과(亞科) 13종이 보고되고 있으며, 도심에서 발견되는 매미는 말매미, 참매미, 쓰름매미, 애매미, 털매미, 유지매미 등 6종이다.
보통 장마가 끝날 때 매미들의 울음 소리도 시작되지만 기후 변화는 매미의 등장 시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상청이 2021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평년(1991~2020년) 매미의 첫울음 관측은 7월 10일로 이전 평년(1981~2010년)의 7월 13일보다 3일 빨랐다. 기후적 여름의 시작일이 2일 빨라진 것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었다.
올해 역시 기상청의 계절 관측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매미의 첫울음 관측은 서울의 경우 6월 25일로 평년보다 18일, 대전은 6월 12일로 무려 27일 빨라지는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평년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재연 국립생태원 생태신기술팀 연구원은 "매미의 출현은 매일 조금씩 올라가는 온도를 합해 계산하는 누적 온도(적산 온도)가 중요하다"며 "기후변화로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면 적산 온도가 충족돼 출현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소음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종은 가장 몸집이 큰 말매미다. 환경부가 지정한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이기도 하다. 이들이 내는 소리는 80㏈(데시벨) 정도로 다른 매미(60~70㏈)들보다 크다. 이는 지하철 소음(80㏈)이나 차량 경적(100㏈)과 맞먹는 수준이다. 더욱이 참매미처럼 리듬감 있게 우는 게 아니라 일정한 소리를 내는 데다 주파수 대역도 6㎑(킬로헤르츠)로 사람들 귀에 쏙쏙 박힌다.
도심 속 말매미의 개체 수 증가 및 우렁찬 소리의 원인으로는 크게 ①도심의 온도 ②적합한 서식지 제공 ③매미 포식자 감소 등이 꼽힌다. 2013년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연구에 따르면 탈피각(허물)을 이용한 매미 밀도 조사 결과, 서울 강남과 경기 과천시를 비롯한 수도권의 말매미 밀도가 경기 양평군 등 소도시 지역보다 10~16.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 연구원은 "말매미는 30년 전만 해도 서울에 흔치 않았지만 기후변화와 도시 변화로 개체 수가 늘었다"며 "특히 송파구나 강남구, 여의도 등 대규모 택지로 개발된 지역에서는 열섬 효과로 말매미가 좋아하는 27도 이상 기온이 오래 지속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27도 이하에서 주로 활동하는 참매미와 달리 말매미가 좋아하는 기온이 유지되면서 늦은 시간까지 계속 우는 것이다.
국내 말매미와 같은 속(genus)으로 일본에 서식하는 곰매미의 사례도 매미의 출현이 기온과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오사카 도심에서 곰매미 대발생 사례들이 나타났는데 지난 120년간(1883~2001년) 기상 인자와 매미 출현 시기와의 관계 추이를 분석한 결과, 대기온도가 2.3도 올라감에 따라 출현 시기도 앞당겨진 것으로 분석됐다.
말매미가 선호하는 나무들을 많이 심은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박선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은 "도로의 가로수나 정원수로 말매미가 선호하는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와 벚나무를 주로 심었다"며 "이에 더해 열섬 현상으로 인해 말매미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고 전했다. 박 연구관은 이어 "말매미와 참매미는 빛의 자극에 반응해 활동하는 성질이 있어 도심의 밝은 조명으로 인해 야간에도 쉬지 않고 운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말매미가 늘면서 다른 매미에게 피해를 주고 있을까. 말매미가 서식하는 나무에는 다른 매미가 살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강 연구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식지의 온도가 매미의 합창에 영향을 준다"며 "애매미, 쓰름매미, 유지매미는 말매미나 참매미보다 서식 밀도가 낮지만 말매미가 있는 곳에 함께 살고 있으며, 각 매미 종은 각자의 생태적 지위를 차지하며 번식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관도 "정확한 정보가 없다"면서도 "매미는 종마다 서식환경과 생활패턴이 다르고 도심에서도 말매미와 참매미, 쓰름매미가 함께 우는 소리를 흔하게 들을 수 있어 말매미가 우위를 차지한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답했다.
매미가 사람에게는 소음을 내는 곤충일지 몰라도 생태계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먼저 매미가 땅 밖으로 나올 때 생긴 구멍은 토양에 공기와 물을 잘 순환하게 해 식물 뿌리의 생장과 양분 흡수를 돕는다. 매미가 남긴 탈피각과 사체는 토양에 재흡수돼 영양을 공급한다. 또 새와 벌 등 다른 포식자에게 먹이원이 되며 인간의 식량 자원으로 연구되기도 한다. 이는 매미를 함부로 다뤄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말매미를 줄이기 위한 서식지 관리 대책 마련을 제안하고 있지만 현실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① 말매미가 개방되고 저지대의 도심형 공원을 선호하는 만큼 획일화된 도심 공원 환경 변화 및 수목 교체 ② 열섬 현상 및 열대야 발생 감소를 위한 녹지 공간 확충 ③ 야간 불빛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조명 교체 등이 대책으로 제시돼 왔다.
국내 매미보다 소리가 더 큰 수조 마리의 매미가 몰린 미국의 경우, 미 환경보호청(EPA)이 매미에 대한 정보와 관리방안을 제시하는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EPA는 "매미는 일반적으로 무해하며, 물거나 쏘지 않고 독성이 없어 많은 동물들의 먹이로 이용된다"며 "반려동물이 먹는다고 해도 일시적으로 속이 쓰리거나 구토할 수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미는 잎, 꽃, 과일, 농산물 등을 먹지 않고 소량의 수액만을 섭취하므로 특별한 예방조치를 할 필요는 없다"며 "어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그물망이 작은 그물로 나무를 덮어 매미가 알을 낳지 못하도록 방지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사라져 가는 매미에 대한 연구와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의 서식지 파괴는 곧 종의 생존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강 연구원은 "풀밭 및 관목에서 주로 발견되는 풀매미를 비롯해 고도가 높은 지역에서 발견되는 호좀매미, 참깽깽매미, 소요산매미 등의 경우 서식지 보호와 개체 수 유지를 위한 연구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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