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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표 무시하던 이재명, 윤석열·한동훈 틈새 노렸나

입력
2024.08.20 20:00
수정
2024.08.22 09: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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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때는 尹 향해 영수회담만 요구
수권정당 리더로서 이미지 선점
영수회담 위한 사전 정지작업
당정갈등 통한 전략적 활용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당시 비상대책위원장)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당시 비상대책위원장)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월 1일 서울 중구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임과 동시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여야 대표 회담을 제안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1기 체제에서 이 대표는 당시 국민의힘을 이끌던 당대표들을 철저하게 외면한 채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만 제안했기 때문이다. 여야 간 극한 대치 상황에 성과도 불확실한 회담을 선제적으로 이 대표가 제안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당 내부에서는 우선 ①민생을 챙기는 수권정당 리더로서의 이미지 선점 효과를 노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무래도 1기 체제에서는 비이재명(비명)계의 견제까지 받아야 했기 때문에 당을 장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총선을 통해 확실하게 민주당을 장악한 만큼, 이제 거대야당 대표로 대선 경쟁자이면서 소수여당 대표를 압도하는 정치력을 어필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20일 "여야 대표 회담을 통해 유능하고 실용적이면서 더 개방적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최근 전세사기특별법 등 일부 민생법안 처리에 접점을 찾는 것도 거대야당에 더 유리하게 비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②영수회담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이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에 대해 대통령실은 여야 대표 회담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궁극적으로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통해 성과를 내야만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를 압박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영수회담 제안에 대통령실에서 '국회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했는데, 양당 대표 간 만남을 계기로 정상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면 영수회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끝까지 뒤로 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관측했다.

③전략적으로 당정갈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도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지난 총선과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한 대표 취임 직후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갈등이 이를 입증했다. 여당 내부의 갈등은 곧 이 대표의 대여 전략 구상에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당장 이 대표는 채 상병 특별검사법과 관련해서도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안에 대해 "책임이 정권에 있어 보이는 사안의 경우 그 정권에 선택권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실적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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