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단독] '신용등급 CCC+' 티몬에 선정산 대출 늘린 SC제일은행

입력
2024.08.20 17:08
수정
2024.08.22 10:21
17면
구독

선정산 대출 실질 상환자는 이커머스
신규 대출 안 되는 'CCC+' 등급 알고도
티몬 선정산 대출 19개월간 2.8배 늘려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검은 우산 집회'를 열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티몬·위메프(티메프) 피해 판매자와 소비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검은 우산 집회'를 열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SC제일은행이 티몬·위메프 등 큐텐 계열 전자상거래업체(이커머스)의 낮은 신용등급을 인지하면서도, 큐텐 계열사 관련 선(先)정산 대출액을 3년간 22배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SC제일은행 선정산 대출 잔액은 총 1,04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티몬, 티몬월드, 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 관련 선정산 대출 잔액은 1,041억5,000만 원으로 비중이 99%에 달한다.

SC제일은행의 큐텐 관련 선정산 대출 잔액은 2021년 말 46억8,000만 원을 시작으로 매년 2배 이상 불었다. 올해 4월부터는 이른바 우량 소상공인(셀러)이 입점한 티몬월드 선정산 대출을 취급하면서 7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이 작년 말(281억3,000만 원) 대비 3.7배 폭증했다.

문제는 SC제일은행이 큐텐 계열사로부터 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할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선정산 대출을 대폭 늘렸다는 사실이다. 은행은 선정산 대출을 이커머스에 입점한 셀러에게 내주지만, 그가 입점한 이커머스의 상환 능력도 함께 들여다본다. 선정산 대출은 대출을 받은 셀러의 계좌로 이커머스가 정산금을 입금하면 대출금이 자동 상환되는, 이커머스가 실질적인 상환자 역할을 하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은 티몬에 대한 선정산 대출 시행 초기던 2021년 나이스평가정보와 한국기업데이터(KED·현 한국평가데이터) 신용평가를 참고해 대출을 내줬는데, 당시 나이스는 티몬에 대해 B+, KED는 CCC+라는 낮은 신용등급을 부여했다. 나이스의 B등급은 '경제 여건 및 환경 악화 시 거래안전성 저하 가능성이 높다', KED의 CCC는 '채무불이행 위험 높음'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올해 참고한 한국평가데이터 '크레탑(CRETOP)' 자료에서도 티몬 신용도는 CCC+였다. 하지만 티몬에 대한 선정산 대출은 지난해 1월 126억 원에서 7월 말 359억 원으로 늘어났고, 티몬월드에 대한 선정산 대출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위메프에 대해서는 2021년 나이스가 B+, KED가 BB+(채무불이행 위험 증가 가능성)로 평가한 자료를 참고했는데, 같은 기간 위메프 선정산 대출 잔액은 9억5,000만 원에서 127억 원으로 13배 이상 늘었다.

이커머스에 대한 은행 선정산 대출 잔액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이커머스에 대한 은행 선정산 대출 잔액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SC제일은행은 "대부분의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가 치열한 경쟁과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상당 기간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업력, 업체 현황, 점유율, 정산주기, 매출채권 양도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선정산 대출이 "이커머스 사업자에 대한 여신이 아닌, 셀러인 소상공인·중소기업에 제공하는 서비스"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부실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금융기관이 보수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신용등급 CCC+는 신규 대출이 안 되고, 기존 고객의 신용등급이 그 수준으로 하락했다면 대출 한도와 기간을 줄이는 게 일반적"이라며 "지나치게 공격적인 영업이 아쉽다"고 밝혔다.

티몬월드에 입점한 한 셀러는 "SC제일은행이 원칙대로 대출 한도를 줄였더라면 피해금액이 줄었을 것"이라며 "SC제일은행이 티몬월드 셀러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되레 선정산 대출 금액을 과도하게 늘려 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은행 측은 "대출한도가 늘어난 것은 매출이 늘어 증액이 필요하다는 판매업체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지 당행의 의도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윤주영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