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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동맹, 이란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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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의회 연설에서 제안한 '아브라함 동맹(Abraham Alliance)'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이란의 중동 내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해 나토와 유사한 안보 동맹을 구축하고, 이를 아브라함 동맹으로 명명하자고 제안했다. 냉전 시기 나토가 유럽에서 공산주의 확산을 막아 자유 진영을 보호했던 것처럼, 아브라함 동맹 역시 중동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수호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자유, 인권, 민주주의 등의 가치를 중시하며 냉전 시기 공산주의와의 경쟁에서 승리한 후, 지배적인 국제질서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이 질서의 과도한 팽창은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일례로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은 이라크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중동의 세력균형을 뒤흔들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중동에서 비판받는 주된 이유는 서방의 이익에 치우쳐 불공정하다는 인식 때문이며, 이를 더욱 강화시킨 사건이 10개월째 이어지는 가자 전쟁이다.
가자 전쟁이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이중잣대 적용에 대한 비판 때문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가자지구에서의 인권 침해를 사실상 방조한다는 점, 그리고 유엔이 휴전을 촉구하고 국제규범 준수를 요구했으나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한계가 드러났다. 이로 인해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이끌어온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적 성향 강대국들의 도움 아래 이란을 중심으로 중동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구상 아래 발전평화론과 내정불간섭 원칙을 강조하고 중동 외교에서 공정한 중재자 이미지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란 역시 중동 내 새로운 정치 질서를 지지하고 있다. 가자 전쟁을 계기로 이란과 연계된 '저항의 축'의 활동이 주목받으면서, 이란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함께 중동 내 대안 질서를 옹호하는 대표적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네타냐후의 아브라함 동맹 구상은 중동에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이 질서의 강화를 명분으로 미국의 실질적 지원을 확보하려는 의지의 표출로 볼 수 있다. 미국이 이 요청에 얼마나 응할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미국 대 중동외교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쇠퇴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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