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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 세계보다 기온 상승 3배 빨라… 여름 한 달 길어져"

입력
2024.08.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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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도시화로 여름 온도 상승 심화"
"습도 100%, 온도 35도 살기 어려워"

무더위가 이어진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바닥분수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무더위가 이어진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바닥분수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서울이 29일째 역대 최장 열대야를 기록한 가운데, 우리나라가 전 세계보다 기온이 상승하는 속도가 3배 정도 빠르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지구온난화에 급속한 도시화의 영향이 더해져 더 빨리 더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후 (연구)하는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올여름이 가장 선선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도시화 빨라 여름 온도 상승"

그는 "최근 들어서 우리나라의 기온 상승은 전 세계보다 3배 정도 빠른데, 위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기온 상승이 좀 빠르다"며 "위도 말고도 우리나라가 도시화가 굉장히 빠르게 일어나는 지역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여름 온도 상승은 더욱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추측했다.

수분을 머금고 있는 녹지가 많으면 수분을 증발시키는 데 열이 많이 쓰여서 실질적인 기온 상승이 제한되는데, 도시화로 도심이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여 열이 고스란히 기온을 올리는 데 쓰인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멘트와 아스팔트가 낮 동안에 머금었던 열을 밤에 내뿜으면서 열대야도 심해진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위로 지열에 의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연일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위로 지열에 의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올여름엔 마치 이불을 두 개 덮은 듯한 기압 배치 때문에 예년보다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 조 전 원장은 "우리나라가 열대야·폭염으로 고생을 하는 이유는 북태평양 고기압권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데 티베트 쪽에서 고기압이 확장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 위에 티베트 고기압 하나가 더 덮고 있기 때문"이라며 "공기가 압축이 되면 온도가 더 올라간다"고 언급했다.

이어 "(고기압이 2개라) 날씨도 좋아 햇빛이 세게 들어와서 기온이 더욱더 상승한다"고 덧붙였다.

"여름 늘고 겨울 줄어... 봄·가을은 기간 변화"

우리나라는 3~5월 봄, 6~8월 여름, 9~11월 가을, 12~2월 겨울 등 사계절로 인식돼 있는데, 지구온난화로 겨울은 줄어들고 여름이 늘었다. 조 전 원장은 "100년 치 자료를 분석해보면 겨울이 1개월 줄고 여름이 1개월 늘었다"며 "봄·가을이 없어졌다고 느끼는 건 봄이나 가을이었던 기간이 바뀌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다. 봄은 빨리 시작했다가 빨리 끝나고 가을은 늦게 시작했다 늦게 끝난다"고 말했다.

조 전 원장은 날이 갈수록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는 것을 두고 자칫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체는 신진대사로 인해 발생할 열을 몸 밖으로 빼내야 하는데 외부 온도가 높으면 열 배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는 "인체는 한 시간마다 몸에서 열을 배출시켜야 하는데, 습도가 낮은 상태에선 기온이 40도 이상일 때 (신체가) 위험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습도가 100%면 35도만 돼도 땀이 증발하지 않아 5, 6시간 밖에 살 수 없다"며 "인도, 파키스탄에선 실제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무더위가 물러날 때쯤엔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래로 내려갈 때 고기압 테두리를 따라서 태풍이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며 "바다 온도가 올라가 바다에서 태풍의 에너지원인 수증기가 더욱 많이 발생해, 예년보다 강한 태풍이 들어올 가능성이 더욱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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