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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있게, 하지만 유연하게

입력
2024.08.1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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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수의 마음 읽기]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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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은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에 대한 개인의 믿음이다. 자신감은 실제 일 처리 능력과 서로 상관하지만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런 특징을 연구한 심리학자 더닝크루거는 ‘자신감 곡선’을 제시한 바 있다.

전문가는 초기부터 자신의 실력을 인지하고 있어서 초기에는 자신감이 높더라도 지식과 경험이 쌓임에 따라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서 자신감이 떨어진다. 그 이후에 지속적인 학습과 훈련을 통해 실력이 늘어나면서 다시 자신감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경험이 많거나 학습 능력이 좋은 사람들은 늘 겸손하다.

자기 상태를 파악하는 메타인지가 부족한 초보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하기 때문에 자신이 알고 행하는 것이 다 맞다는 착각에 빠진다. 추가적 학습이나 경험의 필요성도 부정하며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서 결정하면 다 맞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느 조직에서건 자신감 과잉과 급한 결론, 더불어 강압적인 추진력으로 무장한 스타일의 초심자 CEO 리더를 종종 만나지 않는가?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다.

자신감에 충만한 리더는 매사에 긍정적이다. 도전적이고 적극적이어서 리스크 때문에 미리 포기하지 않는다. 계획을 잘 세우고 목표를 이루어 내는 끈기를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동료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잊지 않는다. 내 주변의 소수 엘리트가 잘 하면 나머지는 그저 따라올 거라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기 때문에 대중을 무시하거나 의심하지 않는다는 성품도 가진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리더의 자신감은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리더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용기 있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감에 충만한 사람이라면 위험을 적절히 평가하고 신중하게 대안을 검토한 후 오롯이 본인 책임으로 결정 내리는 용기를 가진다.

하지만 미성숙한 리더의 자신감이 지나치면 오히려 편향된 의사 결정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이 있다. 게다가 학력과 경력, 지적 능력으로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라면 ‘나에게만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고집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리더가 스스로에게 자꾸 확인해야 하는 덕목이 ‘유연성’이다. 리더의 생각 구조가 유연하고 부드러워야 예상하지 못하는 변화에 적응하고 상황에 맞는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객관적 상황 분석에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고, 다양한 의견 청취가 있어야 한다. 원래 가졌던 내 생각과 다른 의견일수록 주의 깊게 듣고 고려해야 한다. 더 균형 잡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도 머리로는 알고 있는 것이겠지만 더욱 이성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상치 않은 일들과 반대에 부딪힐 때 감정적 격앙과 화를 참을 수 없게 된다. 리더는 무릇 변화하는 상황과 환경에서도 침착함을 보여야 하고, 항상 주변의 의견을 잘 듣고 존중해야 한다. 그것이 부하 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그들의 일하는 동기와 몰입도를 높여주는 왕도이기 때문이다. 말해도 소용없고 화만 내는 리더라면 어느 누가 자신의 대의명분을 내걸고 일하겠는가? 그저 원하는 대답과 영혼 없음으로 무장한 복지부동이 최선일 것이다.

하지만, 상황에 맞는 유연함은 무엇이고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먼저 문제의 맥락을 이해하고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내가 처음에 듣고 맞다고 느낀 것은 일부 틀렸을 수 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외부 피드백을 통한 의견을 확인해 보아야 한다.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미움과 대결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상황에 맞는 신속한 대응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행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결정은 언제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해지는 것이지만,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래야 감정적이거나 권위적인 고집이 아닌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더닝크루거 효과는 능력이 낮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하고 상황 파악을 조급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누구나 이성적인 노력과 경험을 통해 역량이 향상되면서 자신감과 능력의 균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리더의 판단은 즉각적이기보다는 신중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유연하면서도 결정 내림에 겸손한 리더의 자신감은 그래서 더 믿음직하다.

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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