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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진돗개도 돈 안 되면 유기견 보호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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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진돗개 관리 제대로 한다더니 이렇게 유기견으로 ‘처리’하려는 걸까요?"
지난주 한 동물보호단체 대표로부터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유실·유기동물 관리 사이트인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APMS)상 전남 진도군에 진돗개 26마리의 입양 공고가 한꺼번에 올라왔다는 내용이었다. 포털 사이트에 해당 주소를 검색해보니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 생산·판매업자로 확인됐다. 해당 업체와 통화를 시도했다. '진도개 시범 운영장'이라는 문구가 들리더니 전화가 끊겼고, '개인적 사정에 의해 진돗개 분양 업무를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문자가 날아왔다. 홈페이지는 닫힌 상태였다.
처음에는 유기동물 보호소에 들어온 개들이 천연기념물일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천연기념물 심사에서 탈락한 예비견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만 짐작했다. 진도군 임시보호소에 연락하니 원소유자가 고령에 건강상 이유로 소유권을 포기하면서 개들이 보호소에 들어왔다는 설명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진돗개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동물보호단체는 보호소에 있는 개들이 천연기념물일 수 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슬프게도 그 예감은 적중했다. 동물보호단체의 추궁에 말끝을 흐리던 진도군은 기자의 취재에 26마리 모두 천연기념물이었음을 인정했다. 이어 천연기념물에서 해제시킬 수 있었던 근거, 이들을 유기동물 보호소에 입소시킬 수 있는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그러면서 개들은 유실·유기동물에 준해 입양되지 못할 경우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천연기념물 진돗개 26마리가 무더기 안락사 위기에 놓였다는 본보 보도(8월 9일)가 나간 뒤 진도군에는 입양 문의를 비롯해 현 정책을 비판하는 연락이 쏟아졌다고 한다. 후속 취재를 위해 APMS 사이트를 확인하던 중 1마리의 정보가 삭제돼 있음을 알게 됐다. 기자의 질의에 진도군 관계자는 "1마리, 5마리의 입양처가 각각 정해졌으며 5마리는 진도군 공연(경주) 담당자가 데려간다"고 답변했다.
유실·유기동물의 경우 1인당 3마리로 제한돼 있는 점을 지적한 뒤 입양자의 사육 환경, 앞으로 진도군의 안락사 정책에 대해 물었다. 다음 날 진도군으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궁색한 변명(본보 8월 13일 보도)으로 느껴졌다. 1마리, 5마리는 입양자가 요청한 수일 뿐 실제 2마리, 3마리씩 데려간다고 했다.
더욱 황당했던 점은 진돗개들을 천연기념물에서 해제한 적이 없으며 안락사시키지 않고 끝까지 돌볼 것이라며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당초 유실·유기동물에 준해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선 "천연기념물 분양 지침이 따로 없었기 때문"이라며 "안락사의 경우 비유를 한 것이 와전됐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진돗개 사육을 포기하는 사례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국가유산청이 민간에서 사육되는 천연기념물 진돗개를 진도군이 직접 관리하도록 하고 등록 두수를 현재 500마리 이상에서 200마리 내외로 줄이기로 한 데다 진돗개 매매는 더 이상 '돈이 되지 않는' 사양 산업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 진돗개가 무더기로 유기동물 보호소로 입소하기 전날 김희수 진도군수는 "본격적인 진도개 산업화를 위해 진돗개 인형 '돌백'에 이어 진도 농수산물을 활용한 반려동물 사료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진도군은 진돗개 산업화를 추진할 게 아니라 진돗개들이 처한 상황부터 파악하고 대책 마련을 고민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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