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관장 '부재' 속 치러진 독립기념관 광복절 경축식 '대성황'

천안시 예상 인원보다 두배 많은 600명 참석
기념식 '급조' 박상돈 시장 "착잡한 심정으로…"
"광복절에 자기 집 비운 독립관장 이해 안 돼"
목천IC~기념관 1㎞ '관장 해임' 현수막 38장

1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거행된 광복절 경축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천안시립무용단원들의 주제공연, '기억 저 편의 아리랑'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윤형권 기자

“대한독립 만세! 대한민국 만세! 천안시민 만세! 우리나라 만세!”

15일 오전 10시 30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는 만세삼창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정부 경축 행사 참석을 이유로 취소한 행사를 천안시가 부랴부랴 이어받아 치른 행사였다.

독립기념관장의 부재 속에 열리는 광복절 경축식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탓인지,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예상(300여 명)보다 훨씬 많은 600여 명이 참석했다.

천안시 쌍용동에서 왔다는 최한규(67)씨는 “날이 더워서 TV로 행사를 구경하려고 했지만, 김 관장이 자기 집을 비우고 남의 행사에 간다는 소식에 화가 나 직접 나왔다”고 말했다. 딸을 목말 태운 채 행사를 지켜보던 곽상훈(39)씨도 “아이들 역사교육도 교육이지만, 독립기념관에서 열리는 경축식 행사에 독립기념관장이 자리를 비운다는 사실이 속상해서 나왔다”고 밝혔다.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 행사에 참석한 가족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정민승 기자

“착잡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말로 경축사를 시작한 박상돈 천안시장은 “독립기념관에서 주최하지 못한 광복절 기념식을 천안시가 하는 게 타당한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며 "그러나 광복절의 의미와 정통성, 우리 시의 역사적 배경,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애국정신, 시민들의 전반적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천안시 주관 기념식을 거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박상돈 천안시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겨레의 집에서 열린 경축식이 열리던 시각, 이곳에서 700m가량 떨어진 독립기념관 겨레의 마루에선 김 관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의 시위와 만세삼창이 이어졌다. 15개 시민단체가 연합한 '뉴라이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해임 촉구 범시민대책위'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과 진보당, 정의당 등 야당 관계자 200여 명은 이곳에서 '뉴라이트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만세삼창을 했다.

이용길 천안역사문화연구회장은 “지독했던 일제 36년의 식민 지배를 끝내 기쁜 날인 광복절이 두 동강 났다. 해방됐다가 남북이 분단된 것도 통탄할 일인데, 광복절마저 두 쪽이 났다”며 “분노하고 통곡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 관장을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인물로 규정하고 독립운동 성지인 독립기념관의 관장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옥주연 독립기념관 노동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광복절에 독립기념관을 버리고 다른 행사에 참석한 도주한 김 관장은 자격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날 경부고속도로 목천 IC에서 독립기념관으로 이어지는 길(삼방로)에는 '독립기념관은 충남의 마지막 자존심, 친일파 김형석은 물러나라', '독립운동의 성지 독립기념관에 역사왜곡 관장 임명 웬말이냐' 등 김 관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38개의 현수막이 걸렸다.

독립기념관 노조가 기념관 사무동(겨레 누리관) 외벽에 붙인 현수막. 윤형권 기자

15일 오전 독립기념관 앞 도로변에서 지역 시민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민승 기자

15일 독립기념관 앞 도로에 붙은 현수막. 윤형권 기자

15일 경부고속도로 목천 IC에서 독립기념관으로 가는 길에 김형석 독림기념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붙어 있다. 윤형권 기자

천안=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천안= 윤형권 기자 yhknew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