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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릉과 천년 고찰... 여강 물길 따라 풍성한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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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는 대중교통으로도 가기 좋은 곳이다. 경강선 전철로 여주역에 내리거나 고속·시외버스로 여주종합터미널에 도착하면 웬만한 관광지는 시내버스로 갈 수 있다. 조선왕릉과 박물관, 이름난 사찰과 갤러리, 소문난 맛집과 카페까지 즐길거리가 풍성해 수도권의 당일치기 여행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첫 목적지는 여주 역사 문화의 산실이자 건축미가 빼어난 여주박물관. 남한강 수석전시실에서 김정식 선생이 기증한 수석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산수경석·물형석·추상석·12지석 등 작품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류주현 문학전시실에는 대하역사소설 분야를 개척한 여주 출신 류주현 작가의 삶과 작품을 훑는다. 여마관에는 고려 불교미술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고달사지 원종대사 탑비 비신이 인상적이다.
여주역사실은 여강(남한강)과 함께 발달한 여주의 역사를 보여준다. 흔암리 선사유적지·고달사지·파사성·신륵사 등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명성황후 생가, 영릉(英陵)과 영릉(寧陵)에 대한 해설은 빠지지 않는다.
도보 10분 거리에 신륵사가 있다. 신라 진평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고찰로, 고려 우왕 2년(1376) 나옹선사의 입적으로 유명해졌다. 다층전탑·다층석탑·조사당·석등·보제존자석종 등 국가유산에 등재된 유물이 수두룩하다. 마음을 비워야 보인다는 관세음보살과 구룡루의 무명 풍속화도 눈길을 잡는다. 강월헌에 오르면 황포돛배가 오가는 여강 풍경이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여주 시내에서 10여 개 시내버스가 운행한다. 신륵사정류장에 하차하면 여주박물관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여주에는 한글 발음은 같지만 한자가 다른 두 개 왕릉이 있다. 영릉(英陵)은 조선 4대 세종과 부인 소헌왕후의 능이고, 영릉(寧陵)은 17대 효종과 부인 인선왕후의 능이다. 먼저 세종대왕 역사문화관에 들른다. 전시는 주로 백성을 위한 군주라는 주제를 관통한다.
훈민정음을 창제해 쉬운 문자로 백성과 소통한 임금, 집현전을 설치해 인재를 기른 왕, 여민락을 작곡해 음악을 즐기고, 의녀제도 및 기아·고아 보호시설을 지어 고통 받는 백성을 위로한 군주의 면모를 전시하고 있다. 쓰시마정벌 및 4군 6진 개척으로 국방을 튼튼히 해고, 모내기를 도입하고 도량형 제도를 확립해 농업을 발전시킨 왕, 천문과학기구를 제작하고 독자적 역법으로 백성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려 노력한 임금의 마음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효종(1619~1659)은 군제 개편 및 군사훈련을 강화해 북벌을 도모했으나 실행하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뜻을 이루지 못한 왕의 승하와 왕릉 조성·국상의 과정을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매표소부터 오솔길을 서벅서벅 걸으면 세종의 동반자였던 소헌왕후 심씨와 하나의 봉분으로 조성한 합장릉이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에 헌릉과 인릉(서울 서초구)에 조성했으나 풍수상 불길하다는 이유로 현 위치로 옮겨졌다.
세종과 효종의 능을 이어주는 왕의 숲길로 접어든다. 조선왕조실록에 숙종(1688)·영조(1730)·정조(1779) 임금이 행차했다고 기록된 길이다. 왕의 발자취를 따라가면 언덕에 위아래로 조성한 효종과 인선왕후의 능에 이른다. 입장료 500원, 950·950-3·952·952-1·953-2·961·961-1·962번 시내버스 세종대왕릉 하차.
여주는 인근 이천과 함께 도자기의 고장이다. 수많은 도자기 공방과 전시장 중에서 이세용도예연구소에 들렀다. 고(故) 이세용 작가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국립요업기술원에서 13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흙·유약·안료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독특한 세계를 펼친 그는 2021년 여주에서 세상을 떴다. 그의 영혼이 담긴 작품이 연구소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접시(2010)·남녀(2012)·인물(2010)·남과여(2010) 등은 도자기를 캔버스 삼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그림을 그리듯 표현했다. 청화백자와 회화를 한 번에 담아낸 작품들이다. 특히 핸드백(2010)에 시선이 간다. 그림 위에 볼륨감 있게 표현한 가방에 은근히 욕심이 생긴다.
교과서에서 배운 전통 도자기와 달리 이세용의 작품은 예술미가 뛰어난 청화백자와 회화의 앙상블이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낸 도자 예술의 꽃이다. 925·925-1번 시내버스 처리회관 하차.
‘여강골 촌집’은 현지인 추천 맛집으로 시민과 골프장 이용객이 즐겨 찾는다. 석쇠연탄불고기나 석쇠생선구이를 주문하면 푸짐한 한상이 차려진다. 여주쌀로 지은 솥밥은 찰기가 넘치고 정갈한 반찬과 된장찌개가 곁들여진다. 이제는 보기 힘든 연탄불로 구운 불고기는 단짠의 진수다. 생선구이는 담백하고 바삭하다.
디저트로 ‘무이숲’ 카페의 라떼를 권한다. 비정제 설탕을 이용해 만든 크림라떼로 무더위가 달달함에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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