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제79회 광복절을 하루 앞둔 어제 청와대 영빈관으로 독립유공자 후손 100여 명을 초청해 오찬 행사를 갖고 존경과 예우를 표했다. 이 자리엔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한 이종찬 광복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순국선열의 희생을 되새기면서 나라 발전을 기원하고 통일을 염원해야 할 광복절도 정부 공식행사와 별개로,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와 야당은 따로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라고 한다. 국민통합의 자리가 돼야 할 광복절이 두 쪽 행사로 치러지는 건 사상 초유의 일로 개탄스럽다.
문제의 발단은 보수성향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문제다. 김 관장은 주권 강탈이 이뤄진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 국적이 일본이라고 하는 등 독립운동 상징 조직인 독립기념관장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과거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고, 광복회 등에선 그를 뉴라이트 성향으로 규정했다. 이 광복회장은 이런 김 관장 임명을 두고 1948년 건국절 제정 일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신격화 움직임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 논란을 계기로 광복회가 뉴라이트 판독법 자료를 내고, 독립유공자 단체들도 광복절 행사 참석 여부가 엇갈리는 등 이념 갈등 부작용은 커지고 있다.
독립기념관장 임명 파장에 윤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먹고살기 힘든 국민에게 건국절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왜 지금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지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해방 정국의 이념적 혼란상을 79년 지나 반복하는 지금의 현실은 안타까움 그 이상이다. 실은 대통령에게 느끼는 국민의 답답함은 더하다. 역사학자 출신이긴 하나 김 관장은 독립운동사에 조예가 깊은 전공자도 아니고, 단지 격화된 우리 사회 좌우갈등 속에서 역사전쟁에 뛰어든 보수성향 학자로 독립기념관장 자리에 적합한 인사라 할 수 없다. 대통령의 마이웨이 인사가 그랬듯이,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등 정부가 관할하는 역사연구단체도 죄다 이념지향적 인사로 채웠으니 뉴라이트니, 건국절이니 하는 소모적 논란은 윤 대통령이 부추긴 책임이 크다. 광복절 분열상이 이대로 국가 동력과 사회 통합을 좀먹도록 내버려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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