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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기시다' 브로맨스 종지부... 한일 협력 속 역사 문제 경색 우려

입력
2024.08.15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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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맥' 외교로 시작한 브로맨스, 9월로 끝나
한일관계, 큰 틀서 협력 기조 유지되지만
차기 총재 구도에 따라 '역사문제' 다시 도마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긴자의 오므라이스 노포에서 생맥주로 건배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9월 자민당 총재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브로맨스'도 끝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더할 나위 없다'던 한일관계에 김이 빠질 수밖에 없다. 다만 양국 협력의 틀이 공고해졌고 윤 대통령의 전향적인 '양보 외교'로 관계를 복원한 만큼 협력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반면 역사문제는 후임 총리의 성향에 따라 요동칠 가능성이 남아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제3자 변제'를 골자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해법을 제시해 한일관계를 급속도로 개선했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한국 소주와 일본 맥주를 섞은 '화합주'를 마시며 친분을 다졌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은 정상화됐고, 일본의 수출규제는 해제됐다. 이후 11차례 만나며 양국 정상이 수시로 회동하는 '셔틀 외교'를 복원했다.

양국 정상의 결속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공고히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3국 국방장관은 지난달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각서에 서명해 군사협력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로 약속했다. 안보는 물론이고 경제·문화·사회 등 다방면에서 협력의 폭이 넓어지고 강도가 세졌다.

문제도 남았다. 기시다 총리는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에도 불구하고 '성의 있는 호응'으로 화답하지 않았다. 지난해 5월 한국을 찾아 "가슴이 아프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최근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과정에서 '강제동원' 표현을 둘러싼 이견에서 보듯, 양국의 지향점은 여전히 달랐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14일 "윤 대통령과의 친밀감에서 일본 차기 총리는 아무래도 전임자에 비해 떨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한일관계와 한미일 협력이라는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기시다 총리 퇴임과 상관없이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방안을 마련할 내부조직 개편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 안에서 '국제주의자'로 통했다. 주변국을 의식한다는 얘기다. '포스트 기시다'에 거론되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고노 다로 디지털장관,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등은 다를 수 있다. 1인자에 오르는 과정에서 당내 원로 파벌의 지지가 필요한 만큼, 일본 보수진영의 입맛에 맞춰 역사문제 등 민감 이슈에 대해 좀 더 경색된 반응을 보일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장관과 모테기 간사장은 당내에서도 보수성향이 두드러진다. 다카이치 장관의 경우 한국과 외교문제로 비화한 '네이버 라인 사태'를 주도한 인물로 꼽힌다.

전직 고위외교관은 "한일관계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기시다 총리는 그나마 역사 문제에 있어 변화를 보였던 인물"이라며 "후임 총리는 더욱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가 중시하는 내년 한일수교 60년을 맞아 일본의 호응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기시다 총리는 재임 3년의 성과로 '한일관계 개선'을 언급하면서 "내년에 한일관계 정상화를 더욱 확실한 것으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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