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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삼전 주식도 금투세 폭탄" vs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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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예정대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도입되면 미성년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해 장기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일반 개인투자자도 '세금 폭탄'을 맞을 것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상위 1%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정부·여당 주장에 힘이 실리나, 금투세 폐지로 '세수 부족'이 우려된다는 찬성 주장도 무겁다. 팽팽한 찬반 기로에 선 금투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15일 한국일보가 KB증권의 세무자문서비스 절세연구소에 금투세 도입 후 투자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을 문의한 결과, 미성년 자녀에게 10년 간격으로 2,000만 원씩 총 4,000만 원을 증여해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 뒤 20년 후 매도할 경우 2,200만 원의 양도세(금투세)가 부과될 수 있다. 20년 후 삼성전자 주가는 과거 20년의 성장률을 반영했다.
이러한 투자 방법은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세를 내지 않고도 목돈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절세 팁'으로 최근 관심을 받고 있다.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표 주식을 2,000만 원어치 사 주고, 10세 때 2,000만 원어치 추가로 사 주는 식이다. 실제 삼성전자 주주 중 미성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주주의 8.38%에 해당하는 39만1,869명으로, 2019년 말과 비교하면 21.4배 늘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과거 20년간 6.8배, 10년간 3.3배 오르면서 투자금 4,000만 원은 20년 뒤 2억100만 원으로 불어난다. 총차익은 1억6,100만 원에 달한다. 금투세(실현 소득이 연간 5,000만 원을 넘으면 세율 22%, 3억 원 초과분은 27.5%)를 반영하면 양도세는 2,225만 원이다.
이에 어차피 세금을 낼 거라면 자녀에게 증여를 생각하는 부모는 국내 주식보다 성장률이 훨씬 높은 해외 주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삼성전자가 20년간 6.8배 올랐을 때 애플은 140배, 마이크로소프트(MS)는 15배 상승했고 나스닥지수는 11배 올랐다. 게다가 미국 등 해외 주식의 양도세는 수익 규모에 관계없이 22%라 수익이 3억 원이 넘어가면 해외 주식이 세금 측면에서 유리해진다.
비슷한 논리 전개는 금투세 도입을 주장(찬성)하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흘러나온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블로그에 '미국 시장은 비용 차감 후 이익률(ROE-COE)이 12.8%인 반면, 대한민국 시장은 마이너스(-)7.1%'라며 '미국 주식시장에서 금투세를 매기니, 우리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금투세를 매겨야 한다는 것은 각각의 시장이 가지는 여건과 담세(조세 부담) 체력을 고려하지 않는 조세정의론'이라고 지적했다.
금투세 대상자인 상위 1%가 세 부담 때문에 국내 주식을 떠날 경우 전체 시장이 흔들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획재정부가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국내 주식 시가총액 기준으로 개인투자자 중에선 상위 1%가 상장 주식의 53.8%를 보유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1988년 금투세를 도입했다가 1개월 만에 지수가 40% 가까이 폭락한 후 도입을 철회한 대만 사례를 보라"고 말했다.
금투세가 예기치 않게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주식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민간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은 2021년 금투세 도입이 처음 논의될 당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 국가의 데이터를 분석해 '주식 양도세율을 20%포인트 부과하면 집값이 73%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반해 학계 등 금투세 찬성론자는 장기 투자에 따른 세금 문제는 조정 가능한 '기술적 문제'라고 본다. 손익 합산 기간을 현행 5년에서 대폭 연장(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미국처럼 장기 투자에 더 낮은 세금 부과(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등 대안을 논의하면 될 일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 장투(장기 투자)로 수천만 원의 세금을 낼 사람이 몇이나 되냐"며 "특수 사례로 논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견해도 있다.
학계는 세제의 폐지를 고려하려면 ①'경제활동에 심각한 왜곡이 오는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개인투자자는 '금투세를 낼 상위 0.9%의 큰손이 빠져나가면 시장이 위축된다'고 주장하지만 근거가 빈약하다면서다. 정 교수는 "OECD 소속 국가 대부분이 주식 양도 차익에 과세하고 있다. 경제 왜곡을 가져다준다면 도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찬성론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이 반대 근거로 앞세우는 대만 역시 적절한 예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대만은 1989년 금융실명제 도입 전 추진한 데다, 정책 발표 3개월 만에 전격 시행했다"며 "유예 기간을 둔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투세 유예가 ②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견해도 있다. 이 위원은 "금투세가 언젠가 도입될 것은 확실한데, 그게 언제인지 모르는 불확실성 지속을 투자자는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계는 기본적으로 금투세 시행을 ③'당위'의 문제로 본다. 조세제도는 원칙이 중요한데 한국 세제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대원칙이 무너진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소득, 사업소득, 심지어 이자소득에도 붙는데, 자본소득만 제외하는 것이 합당하냐는 문제의식이다.
저출생·고령화 속 세수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서라도 원칙 준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위원은 "감세를 해야 한다면 부족분을 부가가치세로 메울지, 후대의 세금으로 메울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문제는 정치인이 '모두 세금을 안 내면 좋은 것 아니냐'고 외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원칙을 세우기 위해 단기적인 세수 감소를 감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 교수는 '금투세를 도입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제3의 안을 제시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금투세 예상 세입은 연 1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증권거래세(6조 원)의 22%에 불과하다.
김 교수는 그러나 "증권거래세의 75%(4조6,000억 원)는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며 "단순히 주식을 사고판다는 이유로 세금을 걷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자본소득은 위험소득이라는 점을 감안해 손익 합산 기한을 5년에서 30년으로 대폭 넓히고, 저소득층은 금투세 비과세나 저율 과세하는 식으로 남은 3, 4개월 동안 조율을 잘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정부가 조세정책에 책임을 지지고 않고 금투세를 그냥 폐지해 버리면 앞으로 어떤 증세도 주도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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