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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파괴한 관료제 ... 한국인은 국가를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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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돈 벌어요. 그것도 달러로."
하용출(74) 미국 워싱턴대 잭슨스쿨 한국학연구소장이 툭 던진 농담이다. 돈 번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다. 일흔이 넘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현장 연구자임을 자부하는 농담이다.
빈말이 아니다. 하 교수는 올해 3월 워싱턴대 출판부에서 두툼한 연구서 'Late Industrialization, Tradition and Social Change in South Korea(후발 산업화, 남한의 전통과 사회변동)'를 내놨다. 전공인 러시아를 파고들다보니 소련의 스탈린 정권이 추진한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들여다보게 됐고, 그러다 한국의 박정희 집권 시기 산업화 과정과 비교하게 됐다. 학자의 길을 걷기 전 상공부 등에서 공무원으로 실제 근무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06년 이걸 '후발 산업화와 국가의 동학'(서울대출판부)으로 한 차례 정리해 내놓은 바 있다. 핵심은 성과를 과격하게 추구하다보니 절차적 형식적 합리주의 원리 아래 움직이는 근대적 관료제가 무너졌고, 그 틈을 학연 혈연 지연 같은 연고주의가 메운 게 한국의 국가 주도 산업화가 지닌 특성이라는 것이다. 이는 효율적 성장은 뒷받침했지만 궁극적으론 국가 기능의 공동화를 불러왔다.
하 교수는 "앞선 책이 각론 격이었다면 이번 책은 총론"이라면서 "이번 책에선 한국의 산업화와 근대화 특성을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정리했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추적해온 연구 결과물이다. 일본에선 번역이 논의 중이다. 중국, 한국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치가 깔아뭉개버린 관료제. 'TK(대구경북)' 혹은 'KS(경기고 서울대)' 같은 단어로 상징되는 지연, 학연의 융성. 그리고 그렇게 '그들만의 리그'로 운영되는 국가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 상실. 요즘 한국 상황에 비춰보면 의미심장한 테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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