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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같은 정치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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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뉴웨이즈 매니저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네이버에 정치인 되는 법을 검색해 봤다. 지식인에 달린 답변은 이렇다.
"일단, 돈을 많이 벌고 인기가 좋아야 합니다. 연예인을 해서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버세요."
정치는 돈 많고 잘난 사람이 하는 '명예직'이라는 게 보통 사람들의 인상인가 보다. 그럴 법도 하다. 국회가 개원한 지 두 달이나 지났지만 '일 안 하는 국회'라는 오명만 얻고 있다. 야당이 단독 입법을 추진하고, 여당이 무제한 토론으로 제동을 걸고, 야당이 단독 표결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정치가 이렇게 한가로운 일이어도 되는 걸까.
시군구의회를 통칭하는 지방의회의 사정은 다르다. 이일우 전문위원은 '나는 지방의회에서 일한다'라는 책에서 국회를 대형 백화점에, 지방의회를 편의점에 비유한다. 명품이나 대규모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백화점만큼 칫솔, 치약 등의 생필품을 필요한 때 바로 구할 수 있는 지방의회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주이삭 서대문구의회 의원의 생각도 같다. 정치가 어떤 일이냐고 물었더니, '자영업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주민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 분야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정치인"이라는 거다.
주 의원은 최근 첫째 아이를 낳은 부모가 최대 3주까지 이용할 수 있는 산후 도우미 제도를 서대문구 주민에게 1주 더 연장 제공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기존 정책으로는 둘째 아이를 낳았거나 쌍둥이인 경우에만 4주 이상 산후 도우미를 지원하는데 "자비를 더 부담해서라도 산후 도우미가 절실하다"는 육아 초보 가정의 이야기를 듣고서 제안했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조리원보다 산후 도우미에게 배운 게 많았다는 글이 넘친다. 주 의원은 "아이를 집에 데려오면 대체 손은 어디 두고 안아야 할지, 어떻게 뉘여야 할지 막막한데 산후 도우미가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같은 서대문구의회의 김규진 의원은 학부모 토론회가 열리는 시간에 아이들만 참여하는 박물관 도슨트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토론회에 오고 싶은 부모에게 "방학이 시작돼 아이를 보느라 참여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나온 대책이다. 김 의원은 "정치에 필요한 목소리를 담으려면 자리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모일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그가 연 토론회에서는 왜 남자 화장실에는 기저귀 갈이대가 없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행정도 사회 변화에 발맞추겠다"는 담당 부서의 답변을 들으며 토론회를 연 의미를 느꼈다고 했다.
두 의원에게는 젊은 부모라는 공통점이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아이 키우는 부모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대책을 만들어 낸다. 회사에도 임원과 현장형 실무자 사이에 의견이 갈리는 것처럼,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은 다른 관점에서 일한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정치에는 거대한 수사나 멋진 척하는 표현이 없다. 대신 매일 마주치는 주민들의 일상 문제를 해결한다는 투철한 직업 의식이 있다. '명예직'이 아니라 '현장직' 정치를 보고 싶다. 자주 쓰는 물건은 꼭 찾을 수 있는 편의점처럼, 수요 조사가 잘되는 정치를 말이다. 정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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