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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출동 나온 경찰 따돌린 그놈… 도심 속 '이 동물' 출몰 느는 이유는? [영상]

입력
2024.08.13 16:08
수정
2024.08.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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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서울 시내 주유소에 고라니 등장
경찰 다가서자 빠르게 도망… 추격 실패
"자연 근처 도시화로 고라니 출몰 늘어"

이달 초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에서 고라니를 봤다는 목격담이 올라왔다. 당근 캡처

이달 초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에서 고라니를 봤다는 목격담이 올라왔다. 당근 캡처

늦은 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주유소. 누군가 이곳에 침입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손전등을 켠 채 수색에 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유소 세차장 안에서 범인의 덜미가 잡혔다. '그놈'의 정체는 다름 아닌 고라니였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11일 밤 11시 35분쯤 관악구 봉천동에서 고라니가 출몰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소방과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당시 폐쇄회로(CC)TV를 보면, 새끼로 추정되는 고라니 한 마리가 빠르게 주유소로 진입한다. 고라니는 자동세차장 안으로 이동한 후 그곳에 잠시 머물렀다.

이윽고 한 여성이 주유소에 고라니가 있는 것을 목격하고 112 신고를 한다. 5분 후 경찰차 2대가 도착하고 경찰관들은 주유소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자동세차장 내부에 있던 고라니를 본 경찰관이 다가가자 녀석은 반대쪽으로 냅다 도망가기 시작했다. 경찰이 고라니 퇴로를 차단하기 위해 경찰차를 세차장 출구쪽에 세워놨으나 무용지물이었다.

고라니는 인도와 차도를 넘나들며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뒤쫓던 경찰은 달리기로는 도저히 따라가기 벅차다고 판단해 현장에 있던 배달 오토바이까지 빌려 타고 추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라니는 인근 야산으로 도망가버렸고 끝내 포획에 실패했다. 소방이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①도시화 ②새 서식지 찾기... 출몰 이유

산지나 국도 인근에서 주로 발견되던 고라니가 도심 속에서 모습을 비추는 횟수가 늘고 있다. 특히 최근 관악·서초구 등 서울 남부권에서 연이어 목격되고 있다. 지역 내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인 당근(구 당근마켓) 내 동네생활 게시판에는 지난달부터 이달초까지 관악구 일대에서 고라니를 봤다는 2건의 글이 올라왔다. 6월엔 서초구 반포동 왕복 9차선 대로와 양재동 13차로 도로에서 고라니가 나타난 사실이 보도됐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고라니 관련 신고 접수는 2022년 93건에서 2023년 19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127건이 접수돼 증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국 고라니 서식 밀도가 2017년(8.3마리/㎢) 이후 매년 하락세인 것과 상반된다. 공식 집계는 따로 없지만 국립생물자원관은 국내에 서식하는 고라니 개체 수를 약 45만 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도시화로 고라니의 서식지가 줄어든 점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손승훈 국립생물자원관 환경연구사는 "최근 숲 같은 곳에도 아파트를 짓는 등 도시 규모가 확장하는 과정에서 고라니의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절적 요인도 있다. 지금이 번식기를 거치면서 활동량과 개체 수가 늘어나는 시기라는 것이다. 우동걸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은 "작년에 태어난 새끼 고라니들이 올해 여름철부터 독립하는 시기"라며 "어린 개체들이 새로운 서식지를 찾는 과정에서 이동이 많아져 도심에 자주 출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시 측은 "아직까지 고라니로 인한 피해 사례가 접수된 건은 없다"며 "고라니 출몰 추이를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세운 기자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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