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미 대선, 부통령 후보가 중요해진 이유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역사에서 부통령 후보의 선택은 일반적으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는 최근 필자가 참여한 웨비나에서 미국의 한 전직 고위층 인사가 내린 진단이다. 수십 년에 걸쳐 여섯 명의 미 대통령을 보좌했던 인물이니 그의 판단에 자연스레 무게가 실린다.
그럼에도 청중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계속 질문했다. "트럼프가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D. 밴스 상원의원도 큰 주목을 받고 있고, 이번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의 러닝메이트로 낙점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도 연일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데요."
"아… 그렇지요. 역사적으로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아마 현재 우리는 이전과 다른 환경에 있나 봅니다." 그는 머쓱하게 마무리했지만, 그의 말이 사실 정답일 것이다.
미국에서 부통령은 종종 대통령의 스타성에 가려진 '조연'으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2024년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러한 인식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미국 선거의 문법을 새롭게 쓰고 있다.
첫째, 대통령 후보들의 고령화가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최근 후보를 사퇴하며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 고령의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양당의 후보 모두 미국인들이 전통적으로 기대했던 대통령의 나이 상한선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유권자들에게 새로운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임기 중 대통령이 고령으로 유고할 경우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맡아야 할 실질적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게다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사건은 이미 긴장된 정치 상황에 또 다른 복잡성을 더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미국인들에게 안정적인 권력 승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했다.
둘째, 대통령 후보인 트럼프와 해리스의 '결점'을 부통령 후보가 보완해 주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부동산 재벌 '금수저' 이미지의 트럼프를 '흙수저' 출신 밴스가 보완해 주고, 서부의 진보적 엘리트이자 흑인 및 인도계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가 접근하기 힘든 중부의 보수 백인 중산층을 월즈가 보완해 주는 구조다.
셋째, 현대 미국 행정부에서 부통령의 역할도 크게 진화했다. 더 이상 대통령 대신 장례식에 참석하거나 상원에서 결정적인 한 표를 던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신 주요 조언자, 외교 사절, 그리고 정책 결정 과정의 필수적인 일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해리스 부통령이 뮌헨안보회의에 직접 참석하거나, 외국 정상들을 자주 만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6번 만났고, 한국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하고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
현 상황은 미국 유권자들에게 독특한 '과제'를 안겨준다. 이제 대통령 후보뿐만 아니라 부통령 후보의 자질과 능력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부통령의 자격을 단순히 보조 역할로서가 아니라, 언제든 국가를 이끌 준비가 되어 있는지의 관점에서도 평가하고 있다.
부통령 역할에 대한 관심 증가는 후보 선정, 검증, 선거 운동, 그리고 취임 후 통치 방식에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대통령 후보들도 러닝메이트 선택에 더 큰 중요성을 부여할 것이다. 종합적으로 볼 때, 2024년 선거는 미국인들이 부통령직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