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케냐의 'Z세대'와 아프리카 청년

입력
2024.08.13 04:30
23면

아프리카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6월 25일 증세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총에 맞은 남성을 현지 경찰이 옮기고 있다. AP 뉴시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6월 25일 증세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 도중 총에 맞은 남성을 현지 경찰이 옮기고 있다. AP 뉴시스

지난 6월 윌리엄 루토 케냐 대통령이 전국적 반대 시위와 유혈 사태를 촉발한 증세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루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며 "국민이 원하는 것은 세금 인상이 아닌 지출 감축으로 당장 대통령실부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루토 대통령과 케냐 의회는 증세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으나, 반대 시위가 격화하며 유혈 사태까지 이어지자 입장을 철회한 것이다.

케냐 의회는 27억 달러(약 3조7,000억 원)의 세금을 추가 인상하는 대규모 증세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안에는 기본 식료품과 전화, 인터넷 사용료 인상과 연료 가격, 수출세 인상 등이 포함됐다. 케냐는 세수의 37%를 국채 이자(100조 원, 국내총생산의 70%)로 지출해야 할 정도로 재정 적자가 심하다. 의회가 증세 법안을 통과시킨 것과 관련, 케냐 전역에서 청년층이 주도한 시위가 발생하고 이를 진압하려는 경찰 발포로 최소 23명이 사망하고 30명이 총상을 입었다.

증세 반대 시위는 기존 종족갈등으로 초래된 시위와 달리 계층갈등 성격이 짙은 최초의 시위였다. 시위를 조직한 세력은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 Z세대로 자신감 넘치고 틱톡이나 SNS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파해 왔다. 그들은 "우리는 부모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젊은 시위 참여자들은 지도자도 없을 뿐 아니라 정치인들과도 거리를 둔다. 대부분 케냐의 소규모 중산층 출신들이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루토 후보를 지지했다. 이들이 지지했던 루토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또 케냐에 만연한 부패와 불공정, 불평등을 반대해 왔다. 루토 대통령은 대규모 시위에 참여한 케냐의 젊은이들과 대화할 것을 약속했다.

아프리카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정부의 재정적자는 케냐만 겪는 게 아니다. 최근 나이지리아 경제수도 라고스에서도 청년들이 주도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올해 취임한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재정난을 이유로 연료 보조금을 철폐했다. 그 결과 휘발유 가격은 두 배 이상 올랐고 물가도 치솟았으며 화폐가치도 급락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로 어려움을 겪는 나이지리아 청년들이 SNS에 '나이지리아 나쁜 통치 종식'(#EndbadGovernanceinNigeria)이라는 해시태그로 시위를 조직했다. 이들도 케냐의 Z세대가 성취한 것처럼 대통령과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도록 이끌 수 있을까?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