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한국산 12개·중국산 1개뿐...현대차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과감히 공개한 노림수는

입력
2024.08.12 04:30
15면
구독

코나 일렉트릭 CATL 사용 외 모두 국산
"배터리 화재위험 신속 경고 기술 개발해야"
"EU ‘배터리 에너지저장체계 규정’ 참고할 만"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가 8일 인천시 서구 당하동 자동차 공업소에서 1일 인천시 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탄 전기차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벤츠 등 관계기관이 2차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뉴시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가 8일 인천시 서구 당하동 자동차 공업소에서 1일 인천시 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탄 전기차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벤츠 등 관계기관이 2차 합동감식을 진행했다. 뉴시스


1일 인천시 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 구매·이용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확산하자 현대차가 전기차(EV) 배터리 제조사를 전면 공개했다. 정부의 배터리 제조사 공개 의무화 추진에 선제 대응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1일 현대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9일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현대차 10종과 제네시스 3종 등 총 13종의 전기차에 들어있는 배터리의 제조사를 알렸다. 특히 코나 일렉트릭에 중국산 CATL 배터리를 쓴 것 말고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서 만든 국산 배터리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대차는 차종별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며 "현재 EV 차량에 어느 회사 배터리가 들어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고 이유를 밝혔다. 1일 사고가 난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EQE 모델에는 중국 CATL과 파라시스(Farasis)의 배터리 셀이 들어있는데 불이 난 차량은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든 관련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도 이 같은 조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전기차를 출시할 때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이후에도 고객이 물어보시면 제조사를 밝혀왔다"며 "다만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관련 문의가 쇄도해 홈페이지에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도 조만간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차량 제원 안내 포함도 검토


현대차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사 전기차 차종별 배터리 제조사 현황. 현대차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자사 전기차 차종별 배터리 제조사 현황. 현대차 홈페이지 캡처


대부분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 속에 들어있는 배터리 정보를 알리기 망설이는 것과 달리 현대차가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최근 한국 정부가 전기차 화재 재발 방지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깔려 있다. 아울러 이번 사고가 난 벤츠 차량의 경우처럼 상당수 해외 경쟁 자동차 회사들이 제조 원가를 줄이기 위해 중국산 배터리를 쓴 반면 현대차는 거의 대부분을 중국산보다는 가격은 비싸지만 안전성은 더 높은 한국산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려 차별화하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당장 국토교통부가 2025년 2월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정부는 12일 환경부 차관 주관으로 국토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전기차 화재 관련 긴급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는 지상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유도하는 방안 등을 살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의 경우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전기차 제조사들이 소비자에게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고 미국의 일부 주 정부도 배터리 관련 정보를 알리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자동차 제조사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차량 제원 안내에 포함해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13일 국내 완성차 제조사 및 수입사와 함께 전기차 안전 점검 회의를 열어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로 했다.

김태훈 한국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EV 배터리 제조사 공개는 음식의 원산지 표시제와 같은 것"이라며 "보다 근본적으로 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자동차 회사들은 배터리에 화재 위험이 생기면 즉시 경고하는 기술을 만들고 관련 당국은 이를 제도적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EU가 8월 발효한 '고정식 배터리 에너지 저장 체계 규정'을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는 △전기·열 기능 관측·제어 △배터리 노화 상태, 예상 보증수명 기록의 관리·저장 △차량·배터리가 설치된 장치와 통신 등을 반드시 설치하도록 했다.

김청환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