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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청춘을 불태운 포철고 김수관 감독의 마지막 봉황대기

입력
2024.08.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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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철고 유니폼 입고 치룬 마지막 봉황대기
포항에서 받은 사랑 잊지 못해

김수관 포철고 감독. 신월=박상은 기자

김수관 포철고 감독. 신월=박상은 기자


포철고 김수관 감독이 제52회 봉황대기를 끝으로 19년간 입었던 포철고 유니폼을 벗고 청원고(옛 동대문상고)로 자리를 옮긴다.

제52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11일 서울 신월구장에서 포철고와 서울의 야구 명문 신일고의 개막전으로 대장정을 시작했다. 열세로 평가받던 포철고는 경기 중반까지 3-1로 리드하며 분전했으나 6회 말 신일고의 파상공격을 막지 못하며 3-5 역전을 허용했다. 포철고와 김 감독은 2024년 여름의 뜨겁고도 아쉬운 종막을 고했다.

김수관 감독은 93년 경북고 청룡기 우승 멤버로 강동우 3번(한화 코치), 김수관 4번, 이승엽 5번(두산 감독)과 클린업 트리오를 이루며 탈 고교급 타선의 중심이었다.

김수관 감독은 93년 청룡기대회에서 군산상고와의 결승전을 포함해 쓰리런 홈런만 3개를 쏘아 올리며 대회 MVP를 거머쥐었다. 대학야구 강호 한양대로 진학했고, 96년 애틀랜타올림픽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아마야구의 정점을 찍었다. 이후 98년 2차 1라운드로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했다.

포철고 선수단. 신월=박상은 기자

포철고 선수단. 신월=박상은 기자


김수관 감독은 “나이 서른에 포철고 코치 생활을 시작해 2018년 감독직을 맡은 이후 19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나의 청춘을 이곳에서 불태웠다. 지금은 포항사람, 포철 맨이라는 말을 듣는다. 나는 그 말을 영예로운 훈장으로 생각한다” 며 “그동안 주위에서 베풀어 주신 사랑을 잊지 않고 잠시 포항을 떠나 있을 생각”이라고 애써 아쉬움을 숨겼다.

김 감독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포철고를 떠나는 사연을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사실 올해 포철고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마음을 정하자 주위 분들이 ‘능력이 아깝다. 아직 한창 일할 나이다. 다른 곳에서라도 야구를 계속하라’고 권했다. 그래서 야구를 떠나기에는 너무나 아쉬워 연고 하나 없는 서울 소재 야구부에 지원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합격을 했다”고 말했다.

포철고 야구부의 전신은 1981년 창단한 포철공고 야구부다. 포철공고가 2013년 마이스트고로 지정되며 야구부는 지금의 포철고로 이관됐다. 그런데 2019년 포철고 마저 자사고로 지정돼 운동부를 둘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2020년 포철고 야구부 해체 움직임이 있었으나 지역 야구인과 학부모들의 읍소로 해체를 막았지만 포철고가 보유한 축구부, 야구부, 체조부에 대한 지원금이 중단됐다. 다만 축구부는 재단이 아닌 프로축구팀인 포항스틸러스의 지속적인 지원으로 매년 전국 상위권의 성적을 달성하고 있다.

힘든 시기 함께한 포철고 제자들.포항 =박상은 기자

힘든 시기 함께한 포철고 제자들.포항 =박상은 기자

김 감독은 “자사고는 등록금이 만만치 않은데 야구부 선수들은 추가로 분담금을 내며 운동을 하고 있다. 축구부를 보면서 부러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지역의 야구원로 K씨는 “최근 몇 년간 김수관 감독이 사직하면 한동안 잠잠해져 있던 야구부 해체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우려했었다. 포철고 야구부가 후임감독을 인선했다니 다행이다"면서 "김 감독의 연봉이 인근 대구의 고교 야구부 감독의 절반 수준이었던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제는 훌훌 털어버리고 또 다른 무대에서 한국야구발전에 기여해주길 기대한다.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준 김 감독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서준호 포철고 주장은 “감독님께서 경기 전 공식적으로 봉황대기가 마지막이라는 말씀이 있었다. 선수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떠나신다니 정말 서운하고 아쉽다” 며 “서울에 오기 전에 선수들과 ‘이번 대회에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감독님과 포철고 유니품을 입고 함께 하자’고 결의했는데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석패와 이별의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서준호 포철고 주장.포항=박상은 기자

서준호 포철고 주장.포항=박상은 기자


김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보다는 목표를 향해 인내하며 서로 아픔을 어루만진 시간이 더 길었다” 며 “힘든 시간 감독을 믿고 묵묵히 따라준 선수들이 정말 고맙다”고 했다.

김 감독은 “고교야구 선수가 프로에 진출할 확률은 10%가 채 안되지만 우리 고교야구 선수들은 청소년기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극한의 상황까지 가본 아이들이다. 졸업 후 꼭 야구가 아니라 어느 분야에 가더라도 충분히 자기의 삶을 살아가리라 생각한다” 며 “나는 포철고를 떠나지만 제자들과의 인연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무한후원을 약속했다.

포철고는 김백만 현 포철고 수석코치를 신임 포철고 감독으로 내정했다. 김수관 감독은 9월1일 청원고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다.



박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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