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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김거성 전 시민사회수석 '긴급조치' 피해 배상받는다

입력
2024.08.11 15:37
수정
2024.08.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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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무죄' 후 10년 만에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2019년 7월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수석으로 임명된 직후 인사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김거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2019년 7월 26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수석으로 임명된 직후 인사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대통령 특별조치로 유신헌법에 권한이 부여됨) 위반 혐의로 2년가량 옥살이를 했던 김거성(65)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재심 무죄 선고 10년 만에 국가로부터 4억3,000만 원을 배상받게 됐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3부(부장 변성환)는 김 전 수석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지난달 10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배상 금액은 4억3,000만 원. 양측이 재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지난달 31일 확정됐다.

김 전 수석은 1977년 10월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구국선언서를 배포한 혐의(긴급조치 9호 위반)로 체포됐다. 박정희 정권 긴급조치의 결정판과도 같았던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비방하거나 개정·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보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도록 한 조치였다. 긴급조치를 비방하는 행위조차도 처벌 대상이었다. 1975년 5월 제정돼 1979년 12월까지 4년여간 시행됐다.

김 전 수석은 당시 영장 없이 구금된 상태에서 조사받으면서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고, 구속 상태로 기소돼 이듬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1979년 8월이 돼서야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35년이 지나 2014년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김 전 수석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걸었으나, 각하 판결이 확정됐다. 그가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금을 수령했으므로, 당시 판례에 따라 '재판상 화해'를 한 것으로 간주돼 별도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끝난 것 같았던 소송은 2018년 8월 새 국면을 맞았다. 헌법재판소가 유사 사건에서 "민주화보상법상 생활지원금 등엔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위자료)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화해 간주'에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김 전 수석은 이를 근거로 이듬해 2월 다시 소장을 냈다.

법원은 이번엔 소멸시효를 문제 삼아 패소 판결했다. 국가배상청구권은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5년' 또는 '피해자가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사라지는데, 긴급조치 위반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은 때로부터 5년이 훌쩍 지나 소송이 제기됐으므로 국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반전은 다시 한번 찾아왔다. 상고심 중이던 2022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른 긴급조치 9호 피해자에 대해 국가의 포괄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긴급조치 9호 발령을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 규정해 국가의 배상책임을 부정한 2015년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전 수석 사건도 지난해 6월 원고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선행소송의 흠결이 보완된 상태에서 소가 제기될 수 있었던 사정 등을 종합하면, 2022년 전원합의체 판결 전엔 원고가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법률상 장애사유가 존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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