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 8일 개최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으로 선정됐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 등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과 국정농단 사건 연루자도 대거 사면복권 대상에 포함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법무부 사면복권 대상을 심의 의결한다.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한 대통령 사면권의 남용과 사법 정의 훼손 논란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특히 김 전 지사의 복권은 정치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사면심사위 개최 전 민주주의 훼손을 들어 반대 입장을 대통령실에 전달했고, 당정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여당 일부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힘 공식 입장은 없다.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는 친윤과 친한 입장이 갈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친명계와 비주류 간 온도 차가 적지 않다고 한다. 김 전 지사 복권으로 일극 체제인 이재명 전 대표의 경쟁자이자 비주류 구심점이 되는 동시에 야권의 차기 대선 유력 후보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친명계 일각에서 야권 분열 의도로 경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야의 정치공학적 이해를 떠나 김 전 지사 복권이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제도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대통령 선거 전 ‘드루킹’ 일당과 함께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윤 정부 들어 2022년 12월 잔여 형기 5개월을 남기고 집행 면제를 받았지만 복권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지사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고 했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바뀔 수 없다”며 끝까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19대 대선 과정에 7만6,000여 건의 댓글과 100만 건이 넘는 댓글 순위 조작이 있었고, 문재인 대통령 당선 뒤 논공행상 잡음 과정에 여론조작 범죄행각이 불거졌다. 선거 범죄를 국기문란 범죄로 규정해 법 역시 엄격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반성도 없는 김 전 지사 복권과 정치권 등판이 공정 선거에 그릇된 메시지를 주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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