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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논란' 복서들 나란히 금메달... "쉬운 경기는 없다. 노력의 결실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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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을 뜨겁게 달궜던 성별 논란 복서들이 일제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흠잡을 곳 없는 경기를 펼치고도 압도적 기량으로 상대를 제압한 탓에 '괴물' 등 비판에 휩싸였던 그들은 승리한 뒤 일제히 "내겐 올림픽에 출전할 자격이 충분하다. 나의 노력을 폄하하지 말라"고 외쳤다.
린위팅(대만)은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복싱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율리아 세레메타(폴란드)에 5-0(30-27 30-27 30-27 30-27 30-27)으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전날 이마네 칼리프(알제리)에 이어 린위팅도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엇갈린 판단 속 지펴진 논란의 불씨
린위팅과 칼리프는 이번 대회 내내 성별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은 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성 염색체인 XY염색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국제복싱협회(IBA)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았다. IBA 측은 "두 선수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남성처럼 매우 높았다"고 주장하며 린위팅과 칼리프가 여성 경기에 출전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판단은 달랐다. 여권을 기준으로 '여성'이라면 다른 여성들과 동등하게 여성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고 봤다. 대회 도중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이들은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자랐고, 올림픽에 출전할 권리를 가진 여성"이라며 "이 여성들을 여성으로, 인간으로 존중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상대 선수 이어 유명인까지 논란에 가세
쏟아지는 비난 세례에도 불구하고 린위팅과 칼리프는 꿋꿋하게 경기를 이어갔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당장 이들과 승부를 겨뤄야 하는 선수들부터 반감을 표했다. 상대 선수들은 경기에 패한 뒤 두 손으로 'X' 표시를 하는 퍼포먼스로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가 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들을 괴물로 묘사하기도 했다. 칼리프가 직접 나서서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지만, 부정적 여론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최근엔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까지 뛰어들어 "젊은 여성 권투 선수가 함께 링에 오른 남성 선수 때문에 노력해 온 모든 것을 빼앗겼다"거나 "남성은 여성 스포츠에 속하지 않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우리의 노력을 폄하하지 말라"
결국 두 선수는 결과로 자신들을 입증했다. 린위팅은 4번의 경기에서 모두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받았고, 칼리프도 1번의 기권승을 제외하면 모두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받아냈다. 그만큼 압도적 기량으로 상대를 제압한 것이다.
린위팅과 칼리프는 대회를 마친 뒤 이번 결과가 자신들의 노력의 대가로 얻은 것임을 강조했다. 린위팅은 "쉬운 경기는 없다"며 "5-0으로 이기는 게 쉬워 보일지 몰라도 그 뒤에는 나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XY염색체를 가졌다고 해서, 다른 여성들보다 힘적으로 우세하다는 이유만으로 그간의 노력까지 폄하할 수는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칼리프 또한 "올림픽 챔피언은 내 8년 동안의 꿈이었다"며 "난 8년간 잠도 못 자고, 피곤함에 전 채로 훈련했다. 난 이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실제 2016 리우 대회 때 복싱 경기를 관람하고 복서의 꿈을 키운 칼리프는 복싱을 하기 위해 집에서 체육관까지 버스로 10㎞가량 이동해야 했고, 버스비를 마련하기 위해 어머니와 재활용 고철 등을 팔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칼리프는 "SNS에서 내게 쏟아진 비난은 매우 부당하고, 인간의 존엄성마저 해쳤다"며 "난 여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 성장했고, 여성으로 경쟁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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