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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 타격" vs "본토 공격 피하자"… 이란, 보복 수위 놓고 대통령·군 강경파 마찰

입력
2024.08.1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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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성향 페제시키안 대통령, 군부와 이견
"본토 대신 국외 이스라엘 기지 타격 요구"
"하니예 암살로 대통령 입지 공격" 주장도

마수드 페제시키안(오른쪽) 이란 신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국장이었던 이스마일 하니예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마수드 페제시키안(오른쪽) 이란 신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국장이었던 이스마일 하니예와 만나 대화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의 암살 사건을 놓고 이란 지도부가 충돌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란 군부는 대대적인 보복 작전을 요구하는 반면, 중도·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은 전면전으로의 확전을 피하기 위해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9일(현지시간)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강경파 고위층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대통령 측근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IRGC 측은 수도 텔아비브를 비롯한 이스라엘 주요도시를 직접 타격하되 민간인 사상을 피하기 위해 군사시설에 공격을 집중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 본토 직접 공격 대신 이스라엘의 국외 정보 시설을 타격하자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한 보좌관은 텔레그래프에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이나 쿠르디스탄(이라크 쿠르드 자치주) 등 이스라엘과 관련된 어딘가를 표적으로 삼되 해당국에도 사전에 이를 알리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과 직접 국경을 맞대고 있는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더 강력한 무기를 제공해 대신 싸우도록 해야 한다는 게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주장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6월 28일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6월 28일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테헤란=AP 연합뉴스

또다른 보좌관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IRGC가 이란을 전쟁에 밀어넣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영향력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 땐 전면전으로 치닫지 않았지만, 또다시 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는 전황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이란 반(反)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에게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말 것을 간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란 정부내 권력투쟁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하메네이를 비롯한 주류 정치권의 견제에도 불구, 지난달 대선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바 있다. 보수진영에서는 이번 사태를 이용해 그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시키려 한다는 해석이다. 대통령 보좌관 중 한 명은 "(IRGC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 주장은) 그들이 겪은 망신을 덮으려는 것보다는 출범 일주일여인 대통령직을 훼손하려는 측면이 크다"고 주장했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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