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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린벨트 해제, 집값 못 잡고 수도권 집중만 키울라

입력
2024.08.10 00:10
19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서울시가 어제 정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요청에 따라 그린벨트 내 훼손지 등 보존 가치가 낮은 곳을 신혼부부 등을 위한 택지로 활용하겠다는 세부계획을 내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저출생 대책 중 제일 중요한 게 주거 문제”라며 “미래 청년 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하는 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투기 차단을 위해 그린벨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집값 급등 지역엔 추가 지정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린벨트를 푸는 게 과연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지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그린벨트는 무분별한 도시 확장을 막고 자연환경 보전과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1971년 도입됐다.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일자리가 많은 서울로의 인구 집중은 수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대다수 국민이 규제에 호응하고 서울도 지난 12년간 그린벨트를 건드리지 않은 배경이다. 그런데도 지방소멸 등에 따른 수도권 집중은 더 심해졌다. 이에 따른 서울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는 저출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진정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다면 서울 그린벨트는 해제할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 균형발전을 포기한 듯한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다.

강남권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을 공급한다고 집값이 안정될지도 미지수다. 2009년 이명박 정부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저소득층 주거안정을 명분으로 자곡동과 세곡동 그린벨트를 해제, 6,569호를 공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주변 집값 안정 효과는 미미했고, 결국 시세를 추종해 ‘로또’ 논란과 투기 조장 문제가 생겼다는 게 서울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은 쉬울 순 있지만 위험한 방법이다. 무형적 가치가 큰 그린벨트는 지속 가능한 도시와 미래 세대를 위해 잘 가꿔 넘겨줘야 할 ‘공간 자산’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엔 공원과 녹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10년 후에나 입주할 아파트를 위해 오랫동안 지켜 온 서울의 허파를 훼손하는 일은 신중해야 하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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